일부 기자와 당국자간 지리한 공방다양한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 상실케 해
  • 지난 4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상황실. 지난 6월말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와 관련해 4대강 효과를 설명하는 국토해양부 출입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3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틀 비로는 막대한 양이었던 6월말 비가 4대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음을 반영한다.

  • ▲ 지난 4일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상황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전국 공사 현장을 CC-TV로 확인하고 있는 참석자들. ⓒ뉴데일리 이오봉
    ▲ 지난 4일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상황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전국 공사 현장을 CC-TV로 확인하고 있는 참석자들. ⓒ뉴데일리 이오봉

    먼저 추진본부 측이 현장 폐쇄화로 화면(CCTV)을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기록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 효과로 피해가 미미했음을 강조한 내용이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 4대강 사업 반대를 줄곧 주장해온 매체의 질문이 앞섰다. 대표적으로 <한겨레신문>이다. 답변은 심명필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장이 나섰다.

    <한겨레> :(호우 기간 중 4대강 구간 중 발생했던 상황들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동일한 곳에 계속 사고가 나는 것은 설계 잘못 아닌가

    폭우 당시 상주보 제방 유실을 사례로 들었다.

    <심 본부장> :"현재는 완공상태가 아닌 사업중이다. 상주보 제방 유실 역시 사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일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심 본부장의 답변이 끝나자 <한겨레> 기자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한겨레>: "금강 사업구간에 이번 호우 때 지천이 침식된 '그랜드케니언'이라는 이름으로 나간 기사를 봤을 것이다. 공사 구간 곳곳에서 역행침식 등이 일어나고 있는 데 문제는 없는가?"  

    <심 본부장>: "안그래도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대학교수 등과 함께 같이 가봤다. 그 부분은 본류와 지류의 합류부로 현재 강이 순기능을 위한 안정화작업을 거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될 것은 없다"

    <한겨레>: "자꾸 문제될 것이 없다고만 하는 데 눈으로 문제들이 보이지 않느냐?"

    <심 본부장>: "현재 벌어지는 상황들은 공사과정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예견됐던 부분이다. 전문가들과 상시 확인하고 있고, (상황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업 진행도 무난하게 흐를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 기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구미 취수장 사고에 관해 거론했다.

    <한겨레>: "구미 취수장에 단수 사태가 있었다. 4대강 사업 때문 아닌가?"

    <심 본부장>: "그 지역은 수자원공사 공사영역이다"

    <한겨레>: "수자원공사 영역이라고 했는데, 4대강 사업 구역 아닌가?"

    <심 본부장>: "맞다"

    <한겨레>: "그러면 누군가 책임은 져야할 것 아닌가? 수자원공사나 국토해양부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가?"

    사실상 추진본부의 답변을 얻는 것보다는 '책임 시인'이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심 본부장> "무슨 일이었건, 사업구역 내에 이런 일이 발생해 죄송하다"

    결국 <한겨레> 기자의 계속되는 질문에 추진본부장은 구미 취수장 단수사태에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했다.

    이날 예정된 간담회 시간은 1시간 정도.

    CCTV를 통해 4대강 현장을 확인한 시간 20여분을 제외하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그 시간이 모두 <한겨레>를 비롯한 일부 기자와 추진본부장간의 지리한 공방으로만 메꿔졌다.

    심 본부장은 일부 언론사 위주로 유사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많은 기자들이 다양한 문제를 질문하고 답변하기에 간담회는 시간적으로 제약이 많다. 사업의 충분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들과의 대화창구는 늘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4~5명씩 팀을 이뤄 찾아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세하게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 ▲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손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오봉
    ▲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손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오봉

    그동안 일반적인 기자 간담회에서는 주최자와 일부 기자들과의 질문이 필요 이상으로 이어질 경우 참석한 다른 기자들의 질문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그런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간담회를 준비한 추진본부의 '운용의 묘'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이 질의응답 시간을 거의 독차지하다시피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4대강 공사가 국민적인 관심 사업인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는 얘기다.

    그날 간담회는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다양한 얘기들을 핵심 당국자로부터 끌어내 전달했어야 했었다. 한마디로 성황을 이룬 것과 달리 아쉬움이 많이 남는 간담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