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곧 남태령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가와 관가에 나돌고 있다.

    작년 8월 박 차관이 취임하면서 재임 중 남태령(과천정부청사)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땐 정부에 속한 공직자로서 한눈을 팔지 않겠다는 취지였지만, 이와는 다른 의미로 남태령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은 그가 총선 출마를 위해 곧 있을 차관 인사때 물러날 것으로 보여서다.

    아니나 다를까 박 차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암시하는 말을 잇따라 쏟아냈다.

    그는 "임명직 공직자는 임명권자에 따르는 게 기본 도리"라고 전제하면서도 "물론 여건과 상황 변화가 있으면 개인적 결단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변화나 도전에 주저하거나 두려워한 적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아직 깊이 고민하진 않았다. 쉼없이 일해왔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했다"면서 "지금까진 내가 일을 많이 벌였는데, 다음 번엔(후임은) 마무리하고 수습하며 내실을 다지는 차관이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박 차관은 실제로 일을 많이 벌였다.

    9개월 가까이 차관으로 있는 동안 '에너지·자원외교'를 내세워 22개국을 순방하면서 62일을 해외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총리실에 있을 때까지 합치면 50개국 정도를 돌았다면서, "정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도 했다.

    박 차관은 "나는 외교부에서 꺼리는 나라들을 많이 갔다"면서 DR콩고, 적도기니 등의 방문국을 꼽기도 했다.

    한때 '미스터 아프리카'라는 별칭을 들었던 이유다.

    그는 최근 남미방문 성과를 전하면서는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동생을 만났는데, 그가 이르면 이달 중 방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그동안 우리 기업은 정치적 이유 등으로 배제됐는데 이제 실마리가 풀렸다"면서 "한국석유공사도 베네수엘라 오리노코(Orinoco)강 유역 중질유 광구 분양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소개했다.

    전기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보상률)이 93%라고들 하는데, 지금은 87%밖에 안된다"면서 인상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박 차관은 "이 상태로는 차세대 에너지 기반 구축, 스마트그리드 등을 위한 국가 재원 마련이 안된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산업계, 국민에게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는 좀더 현실화율이 높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올해 무역 1조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위한 산업구조 다양화, 고도화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10년의 제1 확장기에 이어, 제2 확장기를 맞았다고 본다"면서 "경제위기 속에 선진국 중심의 질서가 깨졌다. 기회는 계속 오는 것 아닌만큼 (지금 이 기회를) 확실히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차관은 끝으로 "남태령을 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자부한다"면서 "공직자는 단 하루를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주류세력 교체로 보는 견해에 대해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 간 친소 관계가 결정적이며, 자기만 내세우는 사람 보다는 더불어 정치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면서도 "그동안에 당직을 부산, 경남에서 너무 많이 맡아온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