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내대표 후보 인터뷰 ①] 이병석 의원“계파를 떠나 모두가 하나돼야 한나라당이 산다”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통감하지만 꼭 한번 기회를 달라”
  •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하겠다면서 이병석 의원이 원대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6일이다. 당장 며칠 뒤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18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원내대표가 가려진다.

    <뉴데일리>는 선거를 불과 3일 앞두고 이병석 의원(사진)을 만났다.

  • 국민의 심판을 몸소 겪은 탓에 마지막 원내사령탑 자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병석 의원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당을 전면 쇄신하겠다는 굳은 각오다. 

    다만 친이(親李) 주류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은 인터뷰 내내 직접 화법을 사용하기 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 기자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목청을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무거운 책무를 짊어진 만큼 이 의원에 답변 속에는 향후 한나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분명히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지역특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준비한 모습이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조심스럽게 시작하기로 했다.

    - 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권을 만든 주역들이 정권을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시종여일(始終如一)’이다. 잘 한다고 했지만 부족했다. 지금은 사퇴한 지도부를 ‘봉숭아 학당’에 비유하는 여론이 있었다. 참 아픈 비판이다. 진짜 ‘봉숭아 학당’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각 코너마다 ‘콘텐츠’가 있다.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민께 제대로 ‘웃음’을 드리지 못했다. 내가 한나라당 지도부를 조율하는 ‘PD’ 역할을 하겠다.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고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 정권을 재창출 하는 것 외에 다른 뜻이 없다. 대통령께 직언하고, 계파를 조정하며, 야당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데 제가 적임자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은 전날 당 의원 연찬회에서 주류 책임론이 불거진 까닭에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 한나라당이 현재 위기를 맞았다. 어떤 쇄신책을 갖고 있는가

    “한나라당 승리의 원동력은 ‘서민과 중산층의 꿈’이었다. 그걸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지난 4.27 재보선에서 심판을 받은 것이다. 그 꿈을 다시 국민께 돌려드리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답은 간단하다. 답은 서민의 꿈이 있는 현장에 있고, 그 꿈을 반영한 정책 콘텐츠 생산에 있다. 이를 위해 혼신을 다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2004년 천막 당사에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가 단결한다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하나씩 묻기로 했다.

  • -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어떤 방향이 올바르다고 보나
     
    “(어두운 표정으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 사퇴했다. 비대위는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지도부는 현장에서 정책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파를 떠나 그런 준비를 할 수 있는 분들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이 옳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답변이다. 아마도 본인의 어려운 현 상황을 에둘러 표현하는 듯 했다.

    더 자세히 묻기로 했다.

    -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 전 대표는 지금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순방 중이다. 나라와 당을 위해 지혜로운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본다. 박 전 대표는 현재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차기 대선후보 중 한 명이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많이 계시다. 당이 이런 분을 더욱 더 아껴야 한다.”   

    한참 돌아가는 답변이다. 기자가 좀 더 캐물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다음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 이번 선거에서 친박 진영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이-친박의 구분은 2007년 경선 과정에서 만들어진 낡은 구도이다. 이번 선거의 선택 기준은 집권 후반기 원내대표의 역할이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누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지, 또 누가 모든 계파와 소통해 정권 재창출 기반을 닦을 수 있는지 이런 점을 중요하게 보지 않겠나. 행정부를 견인하고 야당과 강력한 원내협상력을 가지는 것이 어느 그룹에나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역할에 적임자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분들이 지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동안 어느 계파에도 빚지거나 상처를 준 적이 없다.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국민통합포럼’에는 96명의 당내 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모든 계파가 다 망라돼 있다.”

    역시나 직접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답변에서 친박계의 일부 지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의원은 이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하지도 않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상대 후보에 대한 평가도 빼놓을 수 없었다.

    - 안경률, 황우여 의원과의 ‘3파전’ 구도다. 많은 사람들이 박빙 판세로 보고 있는데

    “(허허 웃으며) 박빙 보다는 제가 많이 앞서지 않나. 황우여·이주영 의원이 단일화했다. 쇄신을 강하게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이 (그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쇄신론은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2008~2010년 선거 패배 때마다 소장파 일부는 쇄신을 주장했지만 그 결과는 소장파 돌려막기였다. 이제는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황우여 의원께서는 경륜이 있으시지만 쇄신파의 주장에 합당한 인물인지 의구심을 가진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선거 패배 이후 친이 주류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나도 중진으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싶진 않지만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춰볼 때 오히려 의원들의 선택은 원내대표 역할에 적합한 저를 선택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자신감 넘치는 답변이다. 그래서 이번엔 그의 불만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 수도권과 PK 출신들이 당직을 독직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출신지역이 편중될 경우, ‘소통의 위기’가 올 수도 있다. 18대 국회에 들어와서 당 지도부 15명 중 12명이 수도권이었고 3명이 부산과 경남이었다. 대구·경북은 한 명도 없었다. 국회지도부의 경우도 11명 중 수도권이 6명, 부산과 경남은 4명이다. 대구·경북은 단 한 명뿐이었다. (화난 목소리로)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지금 한나라당의 위기를 말하면서 또 ‘수도권 출신의 원내대표’를 이야기하고 ‘부산·경남의 원내대표’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서 드린 말씀이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당에 좀 다양성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 친이계 핵심 주류로 꼽히는데 혜택보다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어떤가?

    “(한 숨을 내쉬며) ‘신(新)판 연좌제’라고까지 생각했다. 철저히 역차별을 당한 것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넘어서 울분을 토하고 싶다. 제 개인적인 억울함이야 정말 많이 양보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의정활동과 지역사업까지 ‘특혜’로 매도될 때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국토해양위원장 시절, 동서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했다. 대구와 익산을 연결하고 익산과 새만금을 연결하도록 했다. 이 도로 이름이 포항-익산간 고속도로다. 이걸 ‘형님 예산’이라고 공격하더라. 정말 어이가 없었다. 양보를 하다보면 복 받을 때도 있다고 본다.”

    이제 좀 일반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 다른 후보와 차별되는 자신만의 장점, 어떤 점을 꼽을 수 있나

    “(목소리를 높이며)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다르다. 정부와 조율하고 의원 각 그룹을 조정하며, 결국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정치공세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국회가 실종될 수도 있다고 본다. ‘원내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 의회 생활의 대부분을 원내에서 활동했다. 16회에서 원내부대표와 상임위원회 간사를 했고, 17대에서도 원내선임부대표와 간사, 그리고 원내수석부대표를 했다. 이미 역할을 검증받았다. 18대에서도 국토해양위원장을 맡았다.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경력까지 하면 정치경력 모두가 ‘원내 전략’과 관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러닝메이트를 박진 의원으로 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해 중도실용주의의 깃발을 들고 국가를 선진화하고, 한나라당의 정권을 재창출함으로써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사명을 완수하자고 원내대표에 출마했다. 그 때부터 준비는 계속됐다. 연말이 되기 전에 박진 의원과 의기투합했다. 박 의원은 서울 정치1번지인 종로에서 3선을 했고 저는 경북 정치1번지인 포항에서 3선을 했다. 저는 국토해양위원장을 했고 박 의원은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했다. ‘환상의 조합’이 아니겠는가.”

    - 차기 원내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의원의 눈빛이 바뀌었다. 다소 의외였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듯 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아니다. 국민의 삶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하나, 둘이 아니다. 국회가 중심을 잡고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꼭 하나 지역특성화 발전 및 지역간 연계·협력 증진을 위한 ‘지역 특성화 발전 특위’ 만큼은 꼭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발전은 지난 정부부터 계속된 주요 국가의제이고, 또 지역대표성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국회가 결코 회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지금 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눌리고 눌렸던 ‘지역발전’에 대한 열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입법권과 예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역 발전 의제에 대해 중·장기적 비전과 체계적인 플랜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회가 오히려 지역 갈등의 주체처럼 되고, 정부에 ‘로비’를 하는 이상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 지역 독점·견제는 한나라당의 전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지역을 특화시켜야 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방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저는 수도권을 포함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 협의체’를 상설기구로 해서 국회가 각 지역의 특성적 발전에 대한 비전을 만들고 또 ‘정치적 요구의 필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기자에게 이 부분을 반드시 강조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고 싶은 요지였다.

    지역 얘기가 나온김에 한 가지 더 확실히 하고 싶었다.

    - 친이·친박 계파간 화합을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큰 그림은 이미 그려졌다. 대통령께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럽 특사를 제안했고 박 전 대표는 이를 수락했다. 정권의 성공과 정권창출을 위한 길에 우리는 다 같이 서있다. 제가 원내대표가 된다면 한나라당 의원 171명이 모두 ‘민심의 바다에 빛나는 별’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많은 걱정을 듣고 있다. 집권했을 때, 다수당이 됐을 때 임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꿈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로 ‘계파’ 때문에 국회의원의 얼굴이 감춰졌고, 때로는 ‘여당의 임무’ 때문에 ‘다수당의 역할’이 방치됐다. ‘잦은 말 실수’는 우리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비전을 가렸다. 저는 우리 171명의 의원이 스스로 비전과 열정을 ‘국민의 꿈’을 위해 쏟는다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들의 표를 얻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는 다시 박진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 회관 곳곳을 돌기 위해 채비를 갖췄다.

    그러면서 사흘 후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