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조작'이라던 <오마이>, 'P세대' 단체와는 접촉없어
  • <오마이뉴스>는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P세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요지로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P세대’로 불린 대학생들은 곳곳에 실재했다.

    대학 신입생 편지 놓고 ‘수준이하’ 비난한 <오마이뉴스>

    지난 22일 ‘<오마이뉴스>를 바로 잡고 싶습니다’라는 기사의 주인공 ‘김규헌(19. 한국외대)’ 군을 만났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당한 게 이번이 두 번째라고 밝혔다. 처음은 지난 2월 6일 <오마이뉴스> 기사, ‘무상급식 반대 편지 쓴 외대생, 팩트는 알고 썼나’라는 기사였다.

    당시 <오마이뉴스>는 김 군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문제 삼았다. 김 군은 ‘무상급식 조례안’을 놓고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시의회가 날선 공방을 벌일 때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편지를 오세훈 시장에게 보냈다. 김 군은 “민주당 시의원들에게 보내봤자 무시당할 것 같아서” 오세훈 시장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측은 편지를 받은 뒤 김 군에게 연락해 와 ‘블로그에 편지를 게재해도 좋겠냐’고 물었고, 김 군은 이를 허락했다.

  • ▲ <오마이뉴스>는 김 군이 오세훈 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문제삼아 원색적인 비난 기사를 게재했다.[오마이뉴스 화면캡쳐]
    ▲ <오마이뉴스>는 김 군이 오세훈 시장에게 보낸 편지를 문제삼아 원색적인 비난 기사를 게재했다.[오마이뉴스 화면캡쳐]

    김 군의 편지는 ‘민주당 시의원들께서도 서울 살림을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무상급식은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학생들이 해결을 원하는 문제, 사람이 능력이 아니라 간판으로 판단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생기는 입시 스트레스, 어른들이 외면하고 있는 학내 범죄와 폭력부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는 내용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이 편지를 쓴 김 군을 ‘씹었다.’ 제목부터 ‘무상급식 반대 편지 쓴 외대생, 팩트는 알고 썼나’였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19406). <오마이뉴스>는 기사에서 ‘이제 갓 스무 살의 대학 신입생이 왜 이런 후진적인 정치인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최소한의 팩트는 존중하면서 자기 생각을 개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팩트확인’ 문제를 이유로 김 군에 대해 ‘아주 형편없는 수준의 현실 인식은 실망감뿐만 아니라 혐오감까지 불러일으킨다’는, ‘막말’까지 해댔다.

    여기서 <오마이뉴스>가 지적한 ‘팩트 확인’이란 서울시 의회가 수정 통과시킨 예산안 내용,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치권들 간의 대화, 좌파 진영의 활동 내용 등이었다. 그런데 편지를 보낼 당시(2011년 1월 20일) 김 군은 입학식도 치르지 않은 상태였다. <오마이뉴스>의 지적대로라면, ‘입학사정관 제도’에 맞춰 진학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 고등학교 3학년이 서울시의회 활동을 ‘기자처럼’ 하나하나 체크해야만 비판이라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오마이뉴스>가 없다던 ‘P세대’는 있었다

    두 번째는 ‘P세대는 없다’라는 기사였다. ‘P세대는 없다’라는 기사에서 <오마이뉴스>는 천안함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7개 단체들의 존재를 ‘이미지 조작’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 중 한 단체의 회원인 김 군은 또 한 번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 군은 “오마이뉴스는 저와 같은 대학생과 단체들, 일명 ‘P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천안함 폭침 때문에 뭉친 게 아니라 고교시절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석을 강요하는 일부 교사들 때문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은 고교 시절 수업 시간 내내 사회비판만 하거나, 사회비판적인 영화만 보여주던 교사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다 한다. 그러던 중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의 회고 기사를 보고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이 편지는 미국의 ‘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 회보에 실렸다. 이후 김 군은 한국전 참전 미군용사들과 펜팔을 하면서 안보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2010년에는 북한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탈북여성돕기 자원봉사도 했다고 한다. 김 군이 회원인 자원봉사단체에서는 탈북여성들이 북한에서 겪은 일을 진술한 영상 100여 개에 영문자막을 넣는 일을 했다. 이 중 8개가 김 군이 자막을 넣은 것이라고.

    이 같은 활동을 하던 김 군은 대학 입학이 결정된 후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단체를 찾았고, 올해 초 ‘New 또 다른 여론의 시작(이하 New또다시)’이라는 단체에 가입했다고 한다.

  • ▲ 김 군의 편지가 실린 美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 회보.
    ▲ 김 군의 편지가 실린 美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 회보.

    이 단체는 <오마이뉴스>가 ‘천안함 이후에 만들어진 단체’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김 군은 “2007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운영진들이 대선을 앞두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지나친 정치의식을 드러내고, 2008년에는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에 염증을 느껴 만들었던 ‘또다시’라는 단체가 확대 개편된 단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 썼던 기자와 통화조차 어려운 <오마이뉴스>

    이 단체는 학생들이 학업이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자주 모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인터넷 공간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고. <오마이뉴스>가 생각하는 ‘P세대 단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개인의 가입과 탈퇴도 자유롭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각 개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점도 매력이었다고 김 군은 밝혔다.

    “저희 단체도 그렇고 다른 단체도 그렇습니다. 저희는 모두 개인의 생각에 따라 활동하고 모입니다. 그런 저희들을 무슨 배후단체가 있거나 누군가의 조종에 따라 움직인다고 표현한 것이야말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김 군은 <오마이뉴스>가 ‘P세대’를 부정하고, 그의 주장을 멋대로 폄훼한 것에 항의하고자 전화를 했으나 <오마이뉴스> 측은 자신과 통화하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기사를 보고선 너무 화가 나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했습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항의하려고요. 기자가 부재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받은 이에게 ‘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매도하느냐’며 조목조목 반박을 하자 전화를 받은 사람이 되레 격앙된 어조로 말했습니다. 제가 계속 항의하는 중에 전화를 끊어버리더군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 군은 정치인이 아니었다. 중·고교 시절 수업은 소홀히 하면서, 정치적 의견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려던 교사들에 대해 반발하던 차에 우연히 한국전 참전 미군용사와 대화를 나누게 됐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알게 되면서 좌파 진영에 대한 반발과 문제의식이 자연스레 커진 것이었다. 이런 시각은 광우병 촛불시위 참여 강요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을 보면서 행동으로 이어졌다.

    김 군과 같은 20대 대학생들이 ‘왜’ ‘누구’ 때문에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폄하하고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소통’을 무시하는 행동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