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고공행진에 수도권 중심 경매가격 ↑경쟁률 치열, 감정가보다 높게 거래 성사되기도
  • 서울시 1억50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사는 김재경(34·남)씨는 요즘 직장생활 틈틈이 대법원 경매 사이트를 뒤져본다. 오를 대로 오른 전세 값이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얼마 전 집주인이 전세금을 3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했을 때는 아찔한 마음까지 들었다. 모아둔 목돈도 없다보니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법원에 매물로 나온 좋은 집들을 구경하면서 아파트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법원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했다는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경매 사이트를 살펴보니 꽤 쓸 만한 집들, 아니 조금만 발품을 팔면 제값 주고도 못사는 아파트들도 있었다”라며 “기획 부동산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반인도 컴퓨터만 이용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이번에 나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꿈이 부풀었다”고 했다.

  •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법원 경매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3억 미만의 저가형 아파트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3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 태인에 따르면 2월 수도권 아파트의 낙찰 경쟁률은 평균 8~9:1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달 대비 약 0.7명 이상 경쟁률이 치열해진 것으로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수요가 많으니 당연히 가격은 오름세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83.29%를 기록, 1월 81.94%보다 1.35%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8월(75.93%)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경기도 신도시 지역의 낙찰가 상승폭이 가파르다. 지난달 경기 지역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83.41%로 전월대비 2.58%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6개월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인천도 2.84%포인트 상승한 80.78%를 기록하며 3개월만에 낙찰가율이 80%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비교적 가격이 비싼 서울 지역은 비강남권이 2%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낙찰가율이 전월(84.65%) 대비 1.04% 포인트 하락한 83.61%를 기록했다.

    감정가 3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에서는 오히려 웃돈이 얹어지는 현상도 벌어진다. 지난달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고가낙찰 건수는 38건으로 1월(25건) 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이정민 부동산태인 팀장은 "전세난이 수도권 외곽까지 확산되고 있는데다 가격이 저렴한 경기나 인천 지역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까지 몰려 낙찰가율과 입찰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