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수도권 중심 전세->매매 수요 늘어
  • 서울 영등포구의 34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현상(34)씨는 이번에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서 집주인의 전세금을 10% 올려달라는 요구에 고민에 빠졌다. 집주인의 요구대로라면 내 집을 살 수도 있을 정도의 금액인데다, 당장 전세금을 올렸을 경우 들어갈 대출 이자도 버거웠기 때문.

    며칠을 고민하던 최씨는 인근 24평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했다. 덕분에 이사비용과 취득 수수료를 내고서도 전세금에서 2000만원이나 남아 목돈을 쥘 수 있었다.

    최 씨는 "최근 전세금을 빼서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을 주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며 "모두 상상 이상으로 높은 전세값이 원인"이라고 했다.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전세금을 빼 중소형 아파트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서울 강북과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18일 부동산114(www.r114.co.kr)에 따르면 이번 주 아파트 매매시세는 서울(0.01%), 신도시(0.03%), 수도권(0.04%)에서 모두 소폭 상승했다.

    전세금이 많이 뛴 서울 강북권과 인접 지역, 경기 남부 등지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매매가 소폭 상승의 이유로 분석된다.

    서울에서는 노원(0.05%), 도봉(0.04%), 서대문(0.04%), 송파(0.04%), 구로(0.02%), 양천(0.02%) 등에서 매매가 상승이 비교적 두드러졌다.

    노원, 도봉과 인접한 의정부(0.11%), 남양주(0.03%) 등 경기 북부권도 매매 전환에 힘입어 가격이 다소 올랐다.

    전반적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한 수원(0.15%)과 기업체 수요가 많은 화성(0.14%), 평택(0.12%) 등 경기 남부 지역의 매매가 상승도 눈에 띄었다.

    신도시는 평촌(0.05%), 분당(0.04%), 산본(0.04%), 일산(0.01%) 등 대다수 지역에서 가격 변동이 미미했다.

    전세시장에서는 학군 수요가 사라진 서울 강남과 양천의 오름폭이 낮았던 반면 매물이 모자란 강북 일대와 대학가 주변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서울 시내 전세금 상승폭은 관악(0.32%), 강동(0.29%), 성북(0.27%), 강북(0.26%), 동작(0.26%), 서대문(0.26%), 도봉(0.2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도 화성(0.58%), 용인(0.57%), 수원(0.38%), 남양주(0.33%), 의정부(0.31%), 고양(0.31%), 과천(0.31%) 등 대체로 매매가가 높은 지역에서 전세금도 같이 오르는 현상이 관측됐다.

    그러나 재건축 시장은 강남 개포지구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보류되고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설 이후 거래가 매우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