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는 25일 리비아 현지에 남아 있던 미국인들의 철수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리비아 정권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반정부 시위참가자들을 향해 무장병력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는 리비아 정권에 대해 대외자산동결 등과 같은 다양한 제재를 검토키로 하고 영국과 프랑스, 터키 등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특히 현지의 유혈폭력 사태가 격화됨에 따라 트리폴리 주재 미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까지도 검토중이라고 AP통신이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공격하고 있는데도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미국의 소극적인 입장은 리비아에 잔류한 자국민들이 리비아 정권에 의해 볼모로 잡히는 사태를 우려한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민 150여명을 포함해 300여명을 태운 전세 선박이 이날 오전 6시37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트리폴리를 떠나 지중해의 몰타로 향한데 이어 전세항공기 1대가 현지에 잔류한 미국민을 태우고 리비아를 빠져나옴에 따라 홀가분한 입장에서 강도높은 대 리비아 제재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정상들과 전화통화하면서 리비아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즉각적인 조치에 관해 협의했으며 25일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통화,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각국 지도자들에게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제재 계획을 설명하고 카다피 정권의 유혈폭력 진압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공조해 리비아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검토중인 대 리비아 제재는 대외자산 동결과 리비아 전역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선포하는 방안, 군사적 행동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미 재무부는 미국계 은행에 대해 리비아 정권 상층부의 개인 금융계좌에서 자산유용이나 자금유출 및 은닉 등과 같은 부적절한 금융거래가 있는지 여부를 정밀 모니터하도록 24일 지시했다. 이는 자산동결 조치를 위한 예비수순으로 여겨진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위원회 회의에 참석, 카다피 정권을 규탄하고 유엔 차원의 공동대응 노력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다.

    한편 그동안 리비아 현지에 미국인 수백명이 발이 묶인 채로 철수작업이 지연되는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혈폭력 사태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하기는 했지만 카다피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된 후 4일만에 처음으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리비아 당국의 책임을 거론했으나 그 내용이 모호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하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현지에 남은 미국인들의 안전을 우려해 리비아 정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