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핵심기조인 `공정한 사회'의 가치가 사회 전 분야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른바 `공정 드라이브'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이 대통령은 17일 첫번째 공정사회추진회의를 열고 김황식 국무총리 주도로 준비해온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정부의 과제'를 보고받았다.

    앞으로 이 대통령은 매달 한 차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공정 사회의 개념 정립과 정책 반영 상황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8.15 경축사를 통해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 구현의 철학이 구체적 정책으로 현실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공정 사회 구현에 속도를 내는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모든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의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 구현을 꼽기 때문이다.

    이동우 정책기획관은 "경제 성장, 기반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 외형적 접근과 함께 공정한 관행 정착, 시민의식 제고와 같은 내재적 접근이 수반돼야만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중진국 도약을 노리던 성장제일주의 시절에는 출발점이 뒤처진 약자를 배려하는 것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여겼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준비하는 현 시점에서는 이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는 인식을 수차례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의 경우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자 지출하는 비용을 `준조세'처럼 여겼지만, 이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돕는 것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또는 일종의 `장기 마케팅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또 이 같은 자신의 철학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영국의 경영학자 게리 해멀의 저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를 읽어볼 것을 주요 기업인들에게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공정사회 구현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공정(fairness)'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우선 누가 봐도 불공정한 관행들을 정부가 주도해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필수 과제를 최대한 단시간 내에 개선키로 했다.

    두번째는 10년 장기 과제로 공정 사회 구현 방안을 만들고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원을 비롯한 국책 연구기관들이 참여한다.

    세번째 방안은 정치권과 시민사회, 언론의 자발적 지원 유도와 사회 봉사 및 기부 활성화이다.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사회계 등의 캠페인이 없다면 공정사회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날 보고된 공정사회 구현 방안은 특히 병역, 납세, 인사 분야에 중점을 뒀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공정 사회를 강조해 왔음에도 정작 장관 내정자와 현직 장관이 도덕성 시비로 잇따라 낙마하면서 국민 사이에 냉소적 시각이 생긴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이 폐지가 예정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언급, 정부가 금융 소득과 같은 불로 소득보다 건전한 근로 소득에 과세 부담을 더 많이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배우자 명의로 14억원짜리 은행예금 넣어 4천만원의 분리과세이자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배우자공제도 받고, (사회)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데, 유독 열심히 일한 대가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중과세하니 불만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도입키로 한 `세무검증제도'와 유통회사 세무조사 검토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밝혔으며, 카드 공제 폐지를 반대하는 근로자의 민심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김 회장의 발언을 진지하게 경청했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