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능선 넘은 보, 현장기록 “이젠 말할 수...” - 낙동강 낙단보공사 중 하청업체 부도 ... 트럭기사 시위로 현장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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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애불 성역화...강-문화 어울리는 관광거점 눈앞에

     


    2010년 10월6일 낙단보 옆, 통합관리센터 부지조성 공사현장. 도로에서 강변으로 45도 정도의 경사를 이룬 토사를 긁어내고 드릴작업을 하던 기계 소리가 멈췄다. “작업 올스톱! 군청에 연락해!” 곧이어 절벽을 살피던 홍 전무의 외마디 소리가 낙동강의 정적을 갈랐다.

    고려시대 마애불이 1000년 만에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다.

    4대강 사업 낙동강살리기 낙단보 현장은 이날부터 전국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역사적인 유물을 발견한 흥분도 잠시, 이후 낙단보 공사현장은 불교계와 문화재 관련기관, 반대매체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들어 일을 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발견 과정에서의 불상 ‘고의 훼손 의혹’ 때문이었다. 불상의 오른쪽 상단 후광 부분에 구멍이 난 것이 화근이었다.

    ‘마애불 구멍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통합관리센터는 공사는 도로 바로 옆에 지을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도로 측면을 경사지게 덮은 흙을 제거하고 옹벽을 쳐야 했다. 공사를 하기 위해선 도로를 지탱하는 바닥이 암반인지, 흙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암반이라면 크기는 어떤지 조사하기 위해 수m 간격으로 직경 10cm 드릴로 뚫어 확인하게 된다.

    “손가락 휘어 들어 올린 불상, 우리나라엔 없어”

  • ▲ 홍찬윤 전무.
    ▲ 홍찬윤 전무.

    “커다란 바위덩어리와 흙을 긁어낸 뒤 일부 드러난 절벽에 붙은 흙을 장갑 낀 손으로 털어내는데 낙서자국 같은 게 보였어요. 자세히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흙을 제거하자 부처님 새끼손가락 끝이 바깥으로 펴 올려져 있더라고요. 순간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공사중지’ 소리가 나왔습니다”

    홍지기술산업 홍찬윤 전무가 불상 발견 순간을 설명할 때 눈빛이 반짝였다. “손가락을 올린 자세는 국내에 거의 없거든요. 한눈에 봐도 대단했어요.” 홍 전무는 마침 딸이 미대 조소과를 다니고 개인적으로도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마애불로서는 문화재를 바로 알아보는 임자를 만난 셈이다.

    홍전무는 드릴 구멍에 대해서도 비화를 털어놨다.
    “원래 흙에 덮여 있을 당시 계획상으로는 드릴 작업 할 위치가 부처님 얼굴 부위였어요. 작업기사가 드릴을 대는데, 작은 바위가 자꾸 움직이는 바람에 드릴 날이 옆으로 튕겨나갔어요. 작업을 할 수 없길래 위치를 옮기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바위 아니었으면 부처님 얼굴에 구멍내 이완용 꼴 날 뻔 했어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옆에 있던 전찬건 두산건설 현장소장도 “부처님 발견과정은 천우신조였다”고 말을 거들며“현장관계자가 다행히 문화재에 관심이 있어서 역사적인 발견을 해 칭찬받을 일이었는데 일부 불교계나 언론에서 일부러 훼손했다고 공격해 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마애불 성역화...보호위해 관리센터 설계도 바꿔

    처음엔 4대강 반대측에서나 불교계 일부에서 ‘고의 훼손’의혹으로 많이 서운했다. 홍 전무는 “심란한 마음에 영주 가흥리에 있는 보물 221호인 삼존불을 가봤어요. 1000년 이상 된 마애불이 보물로 돼 있더라고요.”라며 “‘누가 뭐래도 난 나라의 뿌리, 보물을  발견한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억울해도 마음은 편해지더라”고 말했다. 홍전무는 대화 중 ‘문화재는 나라의 뿌리’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마애불은 지난해 10월 29일 중요문화재(보물)로 가지정된 상태다.

    마애불이 발견되면서 낙단보는 큰 변화를 맞았다. 통합관리센터를 짓기로 했던 위치엔 핵심 시설만 하고 관리동을 쪼개 50m가량 옮기도록 설계를 바꿨다. 조경도 마애불을 중심으로 하게 된다. 전찬건 소장은 “4대강 사업이 아니었으면 영원히 땅속에 묻혔을 마애불이 우리 공사 현장에서 발견돼 다행이고, 낙단보가 마애불로 빛을 보게 될 것”이라며 주변을 성역화하고 4대강사업과 역사 유적이 어울리는 곳으로 꾸밀 것이라고 밝혔다.

    발주청인 부산국토관리청 이상근 계장은 “마애불이 발견된 뒤 건물 중심에서 보존 위주로 바꾸고 의성군과 협의해 낙단보를 중요 관광거점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업체 부도로 장비기사들 시위..."트럭 하루 한대씩 불태우겠다"

  • ▲ 전찬건 낙단보 건설소장.
    ▲ 전찬건 낙단보 건설소장.

    마애불 훼손 오해로 곤욕을 치렀던 낙단보 현장은 지난 한해동안 뜻하지 않은 고통에 몇달간 시달리기도 했다.
    한 지역업체의 부도로 장비 업체들이 몰려와 데모를 한 것. 두산건설이 A사에 준설 관련 발주를 해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부도가 났다. 그러자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트럭기사들이 A사 대신 두산건설에 와서 대금 지급을 요구했던 것이다.

    전찬건 소장은 “기사들이 두산 본사에 와서 하루에 한 대씩 트럭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우기인 7,8,9월에 준설 공사가 없어 공기에 지장을 안 받은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웃었다. 그 뒤 두산 건설은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었지만 4대강 사업 공기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부도난 하청회사 대신 장비 기사에게 대금을 지급해 줘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공사가 진척되고 있다고 했다. 두산건설은 이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 셈이다.

    낙단보가 있는 낙동강 32공구는, 사업구간 8km가 경북 상주,의성과 구미시 등 지자체 3곳에 걸쳐 있다. 수질도 1급수 수준에 풍광도 뛰어나다.
    보 바로 옆엔 퇴계선생도 들러 시 한 수를 남겼다는 관수루(觀水樓:물을 바라보는 누각)가 있다. 처마의 은은한 곡선이 아름다워 구미보 권양대 지붕도 이 관수루 처마곡선을 똑같이 재현해 설계했다.

    “4대강공원 덕분에 관광명소”

    본래 이 지역은 구미 도심에서 10여km에 불과한데다 강 인근에 명물 음식점 거리가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따라서 낙단보가 완성되면 지역 관광 거점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다만 물좋은 이곳에도 모래가 퇴적돼 강폭이 좁아졌고, 갈수기엔 물이없는 게 문제였다. 또 홍수기엔 좁은 강으로 세찬 강물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며 범람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주보를 중심으로 8km구간에 2~4m의 토사를 준설한다. 이렇게 되면 수위가 1.4m 정도 내려가 홍수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

  • ▲ 낙단보 옆에 있는 관수루. 전찬건 소장은 낙단보 권양대 모습이 관수루 처마 곡선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박지현기자
    ▲ 낙단보 옆에 있는 관수루. 전찬건 소장은 낙단보 권양대 모습이 관수루 처마 곡선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박지현기자

    한편 사업구간내 둔치 네곳에 생기는 생태공원은 인접 도시인 구미 김천시민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찬건 소장은 “낙동강 전체에서 유일하게 낙단보 현장에만 임시홍보관이 있는 것도 풍광이 뛰어난 때문”이라며 “풍광 좋은 곳에 스포츠시설이 갖춰진 나래공원, 들꽃군락지가 있는 초화원, 야생초 구근초 등이 가득한 미르공원, 조류관찰을 할 수 있는 생태공원이 완성되면 명품 관광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도 의상, 상주, 구미 주민들이나 지나가던 단체 여행객들이 홍보관에 들러 영상물도 보고 4대강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낙단보 홍보관에서 만난 상주시의 한 주민은 보 현장을 돌아본 뒤 감탄하며 “이렇게 좋은 4대강 사업을 왜 반대하는지 한심하다. 이런데도 전에 야당에서 4대강 반대 서명을 받더라”며 “이름만 쓰고 가라고 붙잡아서 항의했다. 10여분동안 가만히 지켜보니 4대강 반대 서명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며 지역 민심을 알려줬다.
    낙단보는 12월 말 현재 보공정률이 82%로 전국에서 가장 빠르고, 전체공정도 55%를 넘는다.

  • ▲ 낙단보.
    ▲ 낙단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