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1박2일 대학생 트위터 소통 캠프 밀착 취재'낮은 곳에서 소통을' 바닥 다지기 나서
  • ▲ 김문수 경기지사와 대학생 기자단이 경기도 안산 영어마을에 모였다 ⓒ 뉴데일리
    ▲ 김문수 경기지사와 대학생 기자단이 경기도 안산 영어마을에 모였다 ⓒ 뉴데일리

    “꼴통 김문수 지사 많이 변한 것 같으네… 꽉 막힌 사람인줄 알았는데 많이 유연해졌어.”

    22일 경기도가 마련한 대학생 소통 캠프 1박2일에 모인 언론사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기자가 이런 말을 던졌다. 어느새 차기 대권 주자로 입지를 굳힌 김문수 지사가 학생 기자단들과 '하룻밤을 잔다'는 보기 드문 이벤트가 있었던 날이다.

    솔직히 김 지사가 일정을 모두 소화할 것이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1년간 경기도 홍보 기자단으로 활동한 대학생들의 해단식을 겸한 자리다 보니 김 지사가 잠깐 들러 기념사만 하고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기자였다. 잘하면 식사라도 함께 할 수 있으리라 했다. 도의회부터 여의도 국회, 당 지도부와의 많은 일들을 두고 눈코 뜰 새 없는 김 지사의 일정을 알고 있기에 더 그랬다.

    예상은 전혀 빗나갔다. 김 지사는 캠프가 열린 안산 대부도 경기영어마을을 24시간 동안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학생들이 너무 대견하다. 미래의 꿈나무들인데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며 일정을 재촉하는 비서실 직원들을 뒤로 했다.

    어느 순간 차기대권 주자로 떠오른 김문수 경기지사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원하는 것은 이미 다 이뤘다. 이제는 새로운 꿈을 꿔야 할 때”라며 특기인 낮은 곳에서의 ‘소통’을 통한 바닥 다지기에 나선 김 지사를 1박2일간 밀착 취재했다.

    ◇ ‘현빈보다 김문수’, 40년 세월 뛰어넘다

  • ▲ 한 대학생 기자와 다정하게 셀프카메라를 찍는 김 지사 ⓒ 뉴데일리
    ▲ 한 대학생 기자와 다정하게 셀프카메라를 찍는 김 지사 ⓒ 뉴데일리

    이번 1박2일 소통캠프는 행사의 초점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과 60대 할아버지 김문수 지사가 세대간 벽을 허무는 것이었다. 그런 관점에서는 꽤 성공적인 행사였다. 토론회 내내 핸드폰을 들고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읽고 답글을 다는 김 지사의 모습에 대학생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섰다.

    깡마른 몸집, 매서운 눈초리 누가 보기에도 별로 자상해보이지 않는 김 지사였다.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에 가부장적 사고방식들은 여대생이 대부분이 대학생 기자단에서 별로 인기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박2일 내내 김 지사 옆에는 대학생들로 가득했고 기자들은 물론 측근들도 “지사님이 오늘 참 즐거워 보이신다”며 놀라워했다.

    눈에 띄는 변화였다. 사실 김 지사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할 말이 많은 정치인으로 통한다. 경기도지사라는 직책이 늘상 ‘중앙 정치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라며 불만을 입에 달고 살던 그였기에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기자를 붙자고 놓아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자친구가 필요하다”는 한 여대생에게는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소개하며 자상한 상담을 해주는가 하면 취업이나 스펙 쌓기에 고민하는 학생들에는 진지하게 함께 걱정해주기도 했다.

    “나는 주변으로부터 인상이 경직돼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어떻게 하면 현빈처럼 부드럽게 보일 수 있을까”라며 학생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대단했다. 또 “볼 살을 찌워보라”는 대학생의 트윗 답변에 “볼 살을 찌우려다가 뱃살만 찌웠다”며 숨겨둔 재치를 자랑하기도 했다.

  • ▲ 이날 행사의 압권은 현빈보다 김문수였다. 대학생 기자가 현빈 사진에 김 지사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 ⓒ 뉴데일리
    ▲ 이날 행사의 압권은 현빈보다 김문수였다. 대학생 기자가 현빈 사진에 김 지사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 ⓒ 뉴데일리

    저녁 식사 후 열린 캠프파이어 ‘달집태우기’ 행사에서는 마치 MT를 따라온 지도 교수 같은 모습으로 대학생과 함께 호흡했다. 포크 댄스 시간에는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하며 더 가까이 다가섰다. 포옹하고 김 지사의 볼에 뽀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연출된 어색한 모습은 없었다. 바비큐를 구워 함께 막걸리도 마셨다. “나의 꿈은 통일 대한민국, 통일이 되어 여러분이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 유럽까지 진출하는 것이 보고 싶다”며 가슴 뜨거운 소원을 말하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김 지사는 제일 먼저 일어나 연날리기에 나섰다. 밤새도록 기자들에게 시달렸지만, 제일 쌩쌩했다. ‘조국 통일’을 적은 연을 대학생들과 함께 날렸다. 연이 잘 날지 않자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가자”며 학생들을 이끌고 전곡항으로 나섰다. 점심 일정이 의왕에서 있었지만, “조국 통일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며 굳이 스케줄을 미뤄 비서진들을 당혹케 했다.

    이종경(남·중앙대 경제학부 3년) 2기 대학생기자단장은 “지사님을 처음 봤을 때 딱딱하고 고지식한 이미지였는데 1년간 기자단 활동을 하며 소통할 줄 아는 분이란 걸 알았다. 경기도 지도자로서 큰 기대감을 갖게 됐다”면서 “트윗토론회도 지자체로선 처음 경기도가 열었는데 이런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어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경기도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 편견은 무서운 것, “바나나 커피는 절대 안 먹어”

    25년간 노동운동, 민중당 출신, 마치 부하직원 대하듯이 던지는 청와대에 대한 쓴소리, 노조위원장 부인과 결혼 등등… 한나라당 3선 국회의원에 이어 경기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지사에게서 소위 진보적 성향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 않다.

    그를 보는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보수 세력과의 완벽한 하모니는 이뤄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혹자들은 김 지사에게서 손학교 민주당 대표를 연상한다. ‘신념을 전향한 사람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이다.

    하지만 김 지사 스스로도 ‘좌파’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단지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쿨하게 웃어넘긴다.

    재밌는 일화도 하나 소개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바나나와 커피는 절대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반미감정 때문이다. 바나나와 커피를 사먹을 형편도 못됐지만, 왠지 이걸 구매하면 미국 국민만 잘 살 것 같았다고 한다. 김 지사는 “그만큼 편견은 무서운 것이다. 구제역은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미국에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아직도 공식 발언에서 대북 문제를 거론할 때면 목소리가 달라진다. 왠지 모를 연민도 느껴질 정도다. 대학생 소통 캠프 1박2일 캠프파이어에서는 마이크를 들고 ‘아침 이슬’을 불렀다. 20대 초반 대학생들에게는 책에서만 배웠던 아픈 역사를 멜로디에 ‘恨’을 담아내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 ▲ 조국 통일의 염원을 담은 연을 대학생 기자들과 함께 날리는 김 지사. 이날 김 지사는 연이 잘 날아오르지 않는다며 이후 일정을 미루고 해변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 뉴데일리
    ▲ 조국 통일의 염원을 담은 연을 대학생 기자들과 함께 날리는 김 지사. 이날 김 지사는 연이 잘 날아오르지 않는다며 이후 일정을 미루고 해변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 뉴데일리

    그러고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선창하며 대학생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낸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통일이 되면 너희들이 가장 고민하는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 향후 수십 년간은 북한을 개발하고 나아가 시베리아 벌판까지 진출할 수 있다”며 설명한다. ‘정말 그게 가능한 일일까’라는 의문은 들었지만, ‘그러고야 말겠다’는 김 지사의 의지가 너무 분명히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왠지 그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북 영천 출신인 김 지사가 전남 고흥 출신의 설난영 여사와 만난 연애 이야기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나는 여자 없이는 도저히 못 살겠더라, 그 때는 그 사람이 없으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목숨을 걸었다”며 당시로서는 꽤나 파격적인 지역을 초월한 사랑을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