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사기분양’이 함께 등장한다. 광교신도시에 입주키로 했던 경기도청사의 이전 계획이 지지부진하면서 여기에 실망한 예비 입주민들이 내는 불만의 목소리다.

    이들은 "김문수 지사가 국민을 상대로 '분양사기'를 벌였다"며 경기도를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김 지사를 분양사기 혐의로 형사고발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 소송, 국민감사 청구 등과 함께 주민소환까지 추진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행정복합타운이라는 상당한 프리미엄을 기대했던 입주민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 ▲ 경기도청사가 입주 예정된 광교신도시의 조감도ⓒ뉴데일리
    ▲ 경기도청사가 입주 예정된 광교신도시의 조감도ⓒ뉴데일리

    ◇ 15년도 더 된 문제, 김 지사 책임만은 아냐

    하지만 김문수 지사 측근들은 이 같은 여론이 꽤 억울하다.

    애초에 도청사 이전 문제는 15년 전 이인제 지사 시절부터 거론된 사안이다. 오랜 기간 동안 경기도의 숙원사업이었던 셈이다.

    이인제 지사 때부터 꾸준히 노후 청사를 교체하려는 시도는 계속됐지만, 수천억원이 드는 사업이다 보니 어떤 도지사가 취임해도 쉽지 않았다.

    당시 이인제 지사는 현 청사 부자내에 재건축을 한다는 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했지만, 공사 착공을 앞두고  IMF가 덮치면서 계획이 전면 보류됐다.

    경제 사정이 다소 나아진 2001년에 다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임창렬 지사 때다. 이때는 의회까지 나서 청사 이전건립 권고안을 결의했다. 하지만 마땅한 이전 부지를 찾기 어려웠다. 제10전투비행단으로 인한 고도제한이 걸린 수원지역이다보니 결국 다시 사업은 표류했다.

    다음 도지사인 손학규 지사 때는 사업이 가속화됐다. 당시 경기도지사로서 유력 대권후보로까지 꼽혔던 손 지사는 예산 확보 계획도 없이 사업을 공표했다.

    때문에 김 지사 측은 손 지사가 벌여놓은 일을 대책 없이 이어받아 뒷수습하고 있다는 것이 불만이다.

  • ▲ 경기도청사가 입주 예정된 광교신도시의 조감도ⓒ뉴데일리

    ◇ 대권 앞둔 손학규 전 지사 치적 쌓기의 산물

    2002년 손학규 지사가 당선되면서 청사 이전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손 지사는  김용서 수원시장이 만나 도청사를 이의동 수원컨벤션센터 부지내로 이전키로 합의하면서 광교신도시 택지개발이 가시화됐다.

    손 지사는 광교산이라는 수원시 대표 녹지공간이 사라지고 구도심이 슬럼화될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이에 경기도 측은 난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이유로 종합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대선을 앞둔 손 지사의 치적 쌓기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사업계획은 근사했다. 도청사는 물론 법원과 검찰청 입주도 약속했다. 대규모 컨벤션센터와 400석 이상의 특급호텔 건립도 추진했다.

    하지만 손 지사는 2004년 6월 이런 내용을 담은 ‘경기 첨단·행정신도시 건설을 위한 지구 지정’을 고시만 한 채 임기를 마무리했다.

  • ▲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던 성남시청사 전경. 이후 경기도청 이전 계획은 설계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연합뉴스
    ▲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던 성남시청사 전경. 이후 경기도청 이전 계획은 설계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연합뉴스

    ◇ 긴축재정, 호화청사 논란으로 사업 다시 표류

    손 지사에 이어 바통은 넘겨받은 김문수 지사도 청사 이전에 대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김 지사는 당선 직후 이에 대해 “도청사가 낡았지만, 이전하는데 드는 5천500억원의 비용을 감수할 만큼 낡지는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사업인 만큼 설문조사와 주민공청회를 통해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12만㎡에 달하는 부지면적을 9만㎡로 줄이고 사업비도 6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축소해 사업비를 확보했다.

    10년도 넘게 끌어온 일이 2008년 10월 행안부로부터 사업계획 적합 판정을 받고 확정됐다.

    아쉽게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경기도는 디자인 공모를 통해 지난해 11월 신청사 디자인 당선작을 선정하고 경기도의회에 58억 원의 설계비를 상정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갑자기 불거진 호화청사 논란이 원인이었다. 이후 사업이 전면 중단돼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계조차 못하고 있다.

    ◇ 사업 재추진 위해 안간힘… 전망은 밝지 않아

    현재 경기도는 신청사 이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광교신도시 예비 입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경기도는 TF의 보고서를 토대로 청사의 이전 시기를 올해 안에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선정된 신청사 디자인 설계 작품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에 반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지난해와 달리 민주당이 다수당인데다, 민주당이 신청사 이전에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설계비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다. 예산이 세워져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마치려면 1년6개월에서 2년이 소요돼 2014년 완공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청사를 광교신도시로 이전한다는 것이 도의 기본 입장”이라며 “입주민들이 재산상 불이익을 받거나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