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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기조연설문]
리사엔룽 총리,
각국 국방장관 및 정부대표,
존 칩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장,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해가 갈수록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협의 대화 채널로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샹그릴라 대회에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특히 남북한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고 있는 이 때,
여러분과 함께 한국이 당면한 안보문제를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되어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아시아는 이미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세계 속의 아시아'가 되었습니다.
정치, 경제, 과학,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아시아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세계질서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아시아의 역할은
21세기 세계질서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제 아시아는 자신의 새로운 국제적 역할에 대해
보다 많은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아시아는 역내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구촌이 안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안보문제의 해결에 보다 큰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협력과 공동번영의 장으로써
'글로벌 아시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는 물론 미래의 안보위협에도 적극 대처해야 합닏.아시아는 지금 전통적 안보위협과
21세기 새로운 포괄안보위협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식량 안보, 금융위기 관리,
테러리즘, Cyber 공격, 마약 및 불법거래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포괄안보위협이
새로운 도전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특히 세계화.정보화의 급진전은
안보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책임을 일깨웁니다.
어느 한 국가가 단독으로 대처할 수 없으며,
각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긴밀한 공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우리는 최근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를 맞이했을 때
국제공고자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경험한 바 있습니다.
저는 우리 아시아인들이 지구촌의 안보문제에
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신사 숙녀 여러분,
전쟁의 폐허에서 딛고 일어나
오늘날에 이른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것을 지키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지를 배웠습니다.1950년 발발한 6.25 전쟁에서
미국을 비롯한 UN 16개국은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연 200만명의 참전용사를 보냈고
이들 중 4만여명이 전사하였습니다.
이들의 값진 희생을 발판으로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헌법적 가치로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올해로 6.25 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입니다.
대한민국은 이 짧은 기간에 눈부신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0불대에서 2만불로 증가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정착시켰습니다.외국인 선교사가 나누어 주는
헌옷 원조품을 받으려고 줄을 섰던 한 소년이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저는 어려운 시절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기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심정을 잘 알고,
또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한국은 작년 12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였습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국제사회의 원조에 의지하던 최빈국에서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 것입니다.이러한 대한민국의 성취는
한국의 발전을 적극 도운 국제사회의 자랑인 동시에
스스로의 운명을 용기 있게 개척해 온
한국인들의 자부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전쟁과 가난을 겪은 한국인들은
이제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협력할 것입니다.내외 귀빈 여러분,
G20 정상회의는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는 나라들이 모인
최고위 경제포럼입니다.
올해 11월 서울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 회복세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책공조와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관리체제 구축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입니다.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가능케 하려면
세계경제의 재균형을 위한 방안,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의 지배구조 개혁,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 강화 등
기존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원칙들의
이행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합니다.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 역시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요 변수입니다.
주최국인 한국은
개발도상국과 비 G20 국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이를 의제에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방안과
최빈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지원 확대 문제도
논의할 것입니다.올해 4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는
동서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안보회의였습니다.
특히 회의 개최 직전,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언제가는 우리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였습니다.궁극적으로 핵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핵국가들의 감축 노력도 필요하지만
추가적인 핵 확산을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대한민국은 2012년 차기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북한 핵문제가 세계의 가장 첨예한
반확산 도전요인의 하나로 부각된 가운데,
한반도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그 의의가 더욱 클 것입니다.우리는 국제공조를 통해
불순한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의도를
철저히 억제하는 한편,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은
적극 독려하고 지원해야 합니다.뿐만 아니라
핵무기나 핵물질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전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정보교환 및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안보 관계가 및 전문가 여러분,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모든 나라들이 이러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는 이 때,
오직 유일하게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바로 북한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한반도는
세계 최빈국의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분단된 지 60여년이 흐른 지금,
남한과 북한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적 빈곤 속에서도
핵 개발을 계속해 왔습니다.1993년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실체가 드러난 이후
지난 17년간 수많은 회담과 협상이 있었지만
그 결과는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이었습니다.이제까지의 6자회담은
북핵 폐기의 핵심부분을 다루지 못했습니다.
북핵 프로그램의 부분적인 동결과
이에 대한 보상의 합의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의 이행과정은 이내 지연되고 결국 파괴라는
싸이클이 반복되었습니다.그러나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의 핵 포기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으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대화와 협상을
최근까지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그러던 와중에 3월26일 밤,
우리 해역에 침투한 북한 잠수함은
기습적인 어뢰공격으로 우리의 함정을 침몰시켰습니다.
승조원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태는
남한의 영해에 들어와 우리 군함을 직접 공격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군사도발입니다.이번 사태 이외에도 북하은 그동안
끊임없이 남한에 대한 도발을 자행해 왔습니다.1983년 미얀마를 공식 방문한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를 노린 폭탄테러로
부총리를 포함한 17명의 요인들이 사망했습니다.
1987년에는 태국 해역을 지나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시한폭탄으로 폭발시켜
125명 탑승객 전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이들 두 사건 모두 범인이 잡혔고 자백과 물증도 나왔지만
북한은 오히려 한국정부가 일으킨 자작극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이번에는 북한에 어떠한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해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과 함께하는
국제합동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물적 증거가 나왔습니다.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건져 올린 잔해는
북한이 제조한 CHT-02D 음향감응어뢰의
추진체로 판명외었습니다.그런데도 북한은 자신의 책임을 또다시 부인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군에 의한 오폭사건이라고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북한책임론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날조극이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북한은 이제까지 끊임없이 도발을 일으켜 왔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이를 인내하고 절제해 왔습니다.그러나, 이번에도 북한을 용인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해치는 것입니다.북한 핵문제와 천안함 군사도발은
결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이 걸린
심각한 문제일 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입니다.
그러기에 6자회담 참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북한의 잘못이 묵인되고
한반도의 안정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북한의 도발은 또다시 되풀이될 것입니다.북한 스스로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도록 하는 것은
앞으로의 북한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국제사회는
북한 지도부가 시간을 끌면서 핵무장을 하고
강성대국만 달성하면 살 수 있다는
허황된 생각을 확실히 버리도록 만들어야 합니다.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이제까지 한국정부의 대응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해 온 국제사회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여러분 모두의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합니다.북한 지도부는
지난 5월 28일 189개 회원국의 이름으로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최종결과문서의
북한 핵 포기 촉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북한이 이제라도 생각을 바꾸어
핵 포기를 결심하고
남북 상생과 공영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 국민들도 적극 호응하고 도울 것입니다.한국정부가 제안한 그랜드 바겐 구상은
국제사회의 확실한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을 폐기시키고자 하는
일괄타결 방안입니다.중요한 것은
6자회담이 언제 다시 열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그랜드 바겐을 타결해 내는 일입니다.우리는 남북한이 서로 대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우선적 목표입니다.
나아가 한민족 공동의 번영과 평화통일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한반도는 이제 국제사회의 분열과 반목의 장이 아닌,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일구는
새로운 터전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우방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두와 협력할 것입니다.신사 숙녀 여러분,
21세기의 평화는
단순히 전쟁과 폭력의 부재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갈등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인류의 행복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평화가
우리의 목표여야 합니다.다가오는 우리의 미래에는 더욱 변화무쌍한 도전들이
우리를 시험할 것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의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혼자' 대비하는 것보다 '함께' 대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지혜로운 길이라는 것입니다.이제 우리 모두는
과거의 갈등과 대립을 뒤로 하고,
지역과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마인드를 품어야 합니다.서로의 전통 가치와 문화, 종교를 존중함녀서도
세계시민으로 함께 탈바꿈해야 합니다.
저는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샹그리라 대화의 핵심 화두는
아시아의 경제적 역동성과 잠재력을 보장하고자
어떻게 평화 메커니즘을 창출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봅니다.미래의 아시아는,
꿈과 희망이 공존하는 협력과 공동번영의 장이어야 합니다.
핵심적인 지구촌 문제점들을 국제사회와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인류의 복지와 안보에 적극 기여해야 합니다.이를 위한 여러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유익한 토론과 많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다시 한번 이러한 소중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