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시신 수습이 진행되면서 정치권은 사고원인과 이후 대응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국방부가 16일 사고원인을 '외부충격'으로 규정해 북한 공격 가능성을 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안함 침몰이 일각의 관측대로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오는 6월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야의 계산법은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오는 20일 양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진상조사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조사방식의 수위가 달라 이를 조정하는 과정부터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수준의 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국정조사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진상조사 특위를 검토 중이다.

  • ▲ 평택2함대로 운구되는 천안함 승조원의 시신 ⓒ 공동취재반
    ▲ 평택2함대로 운구되는 천안함 승조원의 시신 ⓒ 공동취재반

    우선, 한나라당은 사고 원인 규명에 앞서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상향 조정안을 추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천안함 침몰이 어뢰 등의 공격에 의한 것일 개연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민주당의 '북풍'차단을 비판하고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서 "민주당에서 정부의 음모 운운하면서 북한 개입 부분을 급하게 아예 차단했던 점은 명백한 이적행위로, 이에 대해 정세균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가했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다른 라디오방송에서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북한이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라는 심증과 방증은 더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만행을 누가 저질렀는지 아마 저지른 사람은 알 것"이라며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이 이들을 저주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3600만원 수준인 일반사병 순직 보상금을 1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일반사병 보상 특별법'을 거론한 뒤  "올해 초 정도로 소급해서 천안함 희생 장병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날 '제28회 4ㆍ19혁명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 참혹한 사태를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있다"면서 "조국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날 당5역회의에서 "북한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강력한 보복과 응징을 해야 한다"며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거나 위협하는 북 함정을 즉각 격파 침몰시키는 등 무력 응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북한 개입설을 일축하며 '북풍'차단에 애쓰는 모양새다. 이번 사고에 북한이 개입됐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의 표가 결집하는 등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연계설'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맞서며 북풍 차단에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또, 국민적 조문 분위기에서 자칫 야권의 정치공세로 비칠까 우려해 적절한 시기에 맞춰 국방장관, 해군참모총장 해임건의안을 꺼내 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고원인으로 어뢰의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며 "그 동안 사고 원인에 대해 이런저런 설이 많았지만 외부 충격 쪽으로 모아지고 있고, 남는 것은 기뢰냐 어뢰냐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뢰라고 한다면 발사체가 어디인가가 핵심일텐데…이 부분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에서 봐야 한다"면서 "쉽게 예단하지 말고 기다리면서 정확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