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은정(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  조은정(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영상 혁명. 영화 한 편에 붙이기엔 거창한 수식어다.
    하지만 영화 ‘아바타’에는 혁명이란 말도 부족하다.
    3D(입체영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바타’는 단순한 흥행물을 넘어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담아냈다.

    혁명은 논란을 낳았다.
    바티칸 교황청은 영화가 자연 숭배를 부추긴다며 비판했고, 표절 시비가 일기도 했다.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집단은 미국 보수주의자들이었다.
    인류가 자원을 얻기 위해 다른 행성의 원주민 ‘나비(Navi)족’을 착취하는 내용을 자신들에 대한 간접적 비판으로 본 것이다.
    원주민을 탄압하는 모습은 인디언 정복사(史)와 닮았고, 미국을 환경 파괴 제국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는 특정 집단을 향한 것이 아니다.

    산업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 자본주의는 자연이 무한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돈을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최근 몇 십 년간 인류는 자연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문제를 만들어 낸 사고방식 안에서는 그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

    자연 자본주의는 이상적인 대안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태계를 본받자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 자본주의에서는 소비도 달라진다.
    소비자가 물건을 빌려서 서비스만 이용한 후, 제조 회사는 물건을 회수해 재활용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늘 새 제품을 쓸 수 있고, 생산자는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 일석 삼조다.

    그런 의미에서 ‘아바타’ 속 나비족의 모습은 현 인류의 유토피아다.
    그들에게 자연은 정복하는 대상이 아닌 공생하는 존재다.
    자원을 위해 숲을 없애려는 인간만 없으면 걱정거리도 없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상상 속 세계일 뿐이다.

    매력적이지만, 비현실적인. 현재의 산업 자본주의, GDP 중심의 경제 체제가 바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각국의 이기심 때문에 UN 기후 변화 협약에서 간단한 합의도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 자본주의는 유토피아를 향한 실현 방안이 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지금의 환경 파괴적인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지만, 기업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 자원 개발자들이 끝까지 나비족과 싸웠던 이유와도 같다.
    숲을 파괴하고 광물을 캐내야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속편에서는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자연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세상을 바꾸는 중심축이 되려면 자원 개발자들, 기업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영화의 역할은 문제를 환기시키는 것까지였다.
    남은 문제 해결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런 문제들을 외면하고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다면 미래는 잿빛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