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경주에 다녀왔다.
    다시 한 번 재확인 한 것은 한반도인(人)으로서의 자긍심이었다.
    경주는 한반도인들이 뿌리 깊은 나무이자 고품격 문화인 그리고 한(漢)-왜(倭)에 맞선 힘 있는 민족이었슴을 증명하고 있었다.
    천마총(天馬塚) 금관의 위용(偉容), 계림(鷄林)~석빙고(石氷庫)의 고아(高雅)한 산책로, 안압지의 화사한 야경(夜景), 최부자(崔富者)댁 고택에 기록된 고상한 가훈(家訓), 불국사가 담은 유구한 정신문화, 국립경주박물관의 주옥 같은 소장품들---이 증거가 없었다면 한(漢)-왜(倭)가 우리를 얼마나 더 깔보았을까를 생각하면 경주의 존재가 너무나 대견스러웠다.

     동남아 어떤 나라에 가보면 아예 왕조, 고대국가, 근대 왕국의 흔적이 전혀 없다.
    식민지가 되기 직전까지 그들은 부족사회 이상을 넘어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데 비할 때, 고대국가를 만들어 대륙의 문화적, 정치적, 군사적 패권을 겨루던 알타이 황금 왕조 신라의 위대함이 새삼 감격스럽다. 동(東)로마, 당(唐)과 교류하며, 끝내는 그 당(唐) 제국에도 흡수되지 않은 훈(Hun, 匈奴)족 후예 김(金)씨의 왕조 신라---문무(文武) 대왕암을 바라보며, 3국 통일을 하자 마자 이내 왜구(倭寇)를 걱정했던 영웅에 대해 아들은 “참 바쁘게 살았군” 하며 감탄했다.

     ‘바쁘게 산 리더와 국민들’이라는 말이야말로 우리 현대사의 기적 같은 성공실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승만,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의 리더십, 그리고 악착스러운 한국 국민들은 바로 그것 하나로 오늘을 이룩했다. 모태범, 이상화, 이정수, 김연아의 영광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원전(原電) 수출국, 자동차 수출국 한국의 경이(驚異)도...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이런 역사를 가진 한반도 남쪽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가?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너무 국내 싸움에만 몰입하는 것. 멸망 직전의 고구려 정쟁 같은 것 말이다. '작은 판'에만 매몰돼 '큰 판'을 읽을 줄 모르는 단견(短見).

    둘째, 공공규범 수준이 낮은 것. 공공 장소 등의 무례함과 무교양이 그것이다.

    셋째, 성공한 역사와 실패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줄 모르는 국민 의식교육의 맹점.

    경주를 떠나며 시장님과 시민들께 속으로 말했다.
    “경주 참 대단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요....
    국제 관광지로서는 ‘대체적으로’ 음식(飮食)이 아직 안 되겠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