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들의 정치활동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영등포경찰서는 12일 민주노동당 명의의 미등록 계좌에서 출금된 10억여원 가운데 일부가 민노당 지도부의 후원 계좌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민노당 계좌의 출금내역을 압수수색한 결과 2006∼2009년 174억여원이 이 계좌를 통해 빠져나갔으며 이 중 160억여원이 선관위에 등록된 공식 계좌로, 나머지 10억여원은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
    검찰과 경찰은 이 10억여원의 일부가 강기갑 민노당 대표를 포함한 당직자 등 10여명의 계좌로 분산돼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계좌 가운데 차명계좌가 발견되는 등의 불법적인 정황이 없는데다 정치자금법상 정당은 소속 당원인 공직선거의 후보자나 예비후보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도 "미등록 계좌에서 출금된 돈은 이번 수사의 본류인 전교조ㆍ전공노 조합원들의 정치활동 의혹과 무관하기 때문에 주요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민노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17대 국회 당시 국회의원이 당의 자동이체 계좌를 이용해 후원금을 받았다"며 "국회의원 계좌는 선관위 등에 의해 철저한 감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8대 국회부터는 국회의원 계좌가 정당 자동이체 계좌에 연결돼 있지 않고, 국회의원 개인이 별도로 자동이체 통장을 만들어 후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노당은 처음 미등록 계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전액 당의 공식 계좌로 입금됐다고 해명했다가 다시 10억여원의 차액이 발생하자 노조 조합비 등으로 이체됐다고 설명한 뒤 이번에는 소속 국회의원 등의 계좌로 넘어갔다고 인정하는 등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꿨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1일 민주노동당 서버에서 17개의 하드디스크가 추가로 반출된 사실과 관련, 민노당 관계자가 이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최근 민노당 서버를 관리하는 S업체 대리급 직원 등 3∼4명을 불러 지난달 27일 하드디스크를 반출한 경위를 집중 추궁한 끝에 반출을 지시한 민노당 관계자의 실명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히 서버 압수수색 가능성과 관련된 보도가 나온 직후 주요 자료가 담긴 하드디스크가 모두 사라진 만큼 민노당이 계획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판단, 반출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민노당 관계자를 체포영장 집행 등의 방법으로 강제구인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노당 관계자가 타인(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의 형사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조사한 서버 관리업체 직원 중 증거인멸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 이들도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8일 민노당 서버 압수수색 직후 하드디스크 2개가 빼돌려진 사실을 확인, 서버관리 업체 직원을 불구속 입건하고 하드디스크를 전달받은 오병윤 민노당 사무총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하지만 민노당은 사라진 서버에 대해 "상식적인 조치를 한 것"이라며 "(우리 서버에 대한) 불법해킹 의혹이 있어 서버를 교체했다. 도둑이 또 들어올 수 있는데 물건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