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티에서의 한국 구호대의 활약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먼 거리임에도 발 빠르게 현지에 도착해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은 지구촌에 한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속한 대응은 오랜 해외 재난구조의 노하우에서 비롯됐다. 한국국제협력단(이하 KOICA)은 인천국제공항 부근에 구호장비와 물자를 상비해두고 있다. 지구촌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하면 당장 그 장비며 물자를 싣고 떠날 준비를 해둔 것이다.

  • ▲ 박대원 KOICA 이사장 ⓒ 뉴데일리
    ▲ 박대원 KOICA 이사장 ⓒ 뉴데일리

    하지만 이 같은 찬사 속에서도 박대원 KOICA 이사장은 “보다 빠르게 당도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1, 2차 구호대를 파견해 구조 및 방역, 생존자 치료에 힘쓰고 있는 중입니다. 이와 함께 식량과 식수, 텐트 등 긴급한 구호물자도 보내고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임시주거 시설과 식품 외 구호품을 통해 현지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재건 사업을 통해 자립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박 이사장은 과거 해외의 다른 천재지변 구호와 이번 아이티 구호의 다른 점을 우선 ‘규모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당초 100만 달러 규모의 긴급구호를 계획했으나 피해의 심각성과 국민적 지원 열기 등을 고려해 민간 모금을 포함, 1000만 달러 규모로 늘렸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많은 액수의 긴급구호를 결정한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고려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정식 회원국으로 활동하며 11월에는 G20 정상회의도 엽니다. 국제사회에서의 책임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어요. 아이티 긴급구호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공헌하고 인류 공동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앞장서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박 이사장은 “아이티를 돕고자 하는 국민적 열기도 어느 때보다 뜨거워 민간 모금액이 예상했던 250만 달러를 세 배 이상 뛰어넘는 78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며 “이 같은 모금 열기는 우리 국민들이 국제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물고기 주는 대신 그물 만들어주자”

    KOICA는 지난 1월 20일 베트남 꽝남성 중부지역에 종합병원을 건립하고 기공식을 가졌다. 국내 무상원조 지원 사상 최대 규모인 35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이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중부지역 종합병원 사업 현장은 월남전 당시 국군과 베트콩과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런 아픈 역사를 가진 곳에 무상원조 사업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을 짓는다는 것은 아픔의 역사를 치유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병원은 베트남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다낭시 남쪽 100㎞ 지점에 조성 중인 츌라이 경제개방지구(Chu Lai Open Economic Zone) 내에 위치합니다. 이후 꽝남성을 비롯한 중남부 지역 7개성 주민의 의료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병원의 장비며 물자가 100% 우리 제품으로 구성됐다”며 “현지인들도 한국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마음 깊이 감사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국제협력단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 학교, 병원, 사회간접자본 등의 건설과 관련 전문가 양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사업이 있고 개발도상국 공무원이나 전문가를 국내에 초청해 교육을 진행하는 연수사업도 있다. 또 국내 청장년 인력을 개발도상국에 파견해 현지 개발을 돕는 해외봉사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전문가 파견사업, 해외재난 긴급복구 지원사업, NGO 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구촌 빈곤퇴치와 개발도상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OECD개발원조위원회(DAC)의 공식회원으로 가입해 반세기 만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지위가 향상됐으나, 동시에 할 일도 더 많아졌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국격에 걸 맞는 고품격 지원 사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DAC는 현재 22개 서방 선진국들만 가입한 조직입니다. DAC 가입은 1960년대에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선진 원조국 그룹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DAC 가입으로 우리나라는 OECD의 진정한 회원국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무엇보다 큰 의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들로부터 원조 받던 입장에서 한 세대 만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지위가 변경된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됐다는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희망을 주고 발전의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OICA는 1991년 설립 이후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개발에 기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제 DAC 가입에 따라 한 단계 성숙한 원조 모델을 수립,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DAC 회원국의 원조규범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을 검토해 개발도상국의 발전단계에 적합한 맞춤형 개발전략을 수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박 이사장은 최고빈국과 개발도상국을 우리나라만의 경험이 개도국 지원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어느 지방의 경우 그 농업용수가 모자라 1모작만 하고 있었어요. 그곳에 관계시설을 해주자 3모작이 가능해져 주민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됐습니다.”
    박 이사장은 학교 건립 역시 주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줘 보다 나은 내일을 일궈갈 수 있게 만드는 소중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양수기 "노"!... 태양열발전시설 제공

    그는 올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4270억 원으로, 작년보다 20% 가까이 늘면서, 국격만을 생각에 너무 무리하게 퍼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민소득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원조규모는 아직 많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는 “올해 국민소득 대비 ODA 규모는 0.13%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수치는 DAC 회원국 평균인 0.3%에 크게 못 미치고 우리와 국민소득이 비슷한 그리스나 포르투갈보다도 적은 수준입니다. ODA는 국제사회에 대한 한 국가의 공헌과 기여를 평가하는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꾸준히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개도국이나 빈곤국 지원에서 글로벌 화두인 탈탄소 문제를 적극 적용하고 있다.
    “KOICA는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의 주관기관으로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제고하고 친환경적인 경제개발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아시아 어느 나라의 농업이 발전하려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에는 양수기를 설치해 줬지만 앞으로는 녹색성장 취지에 맞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디젤 장비 대신 태양열이나 풍력 발전 시설을 제공하는 식입니다. 자연친화적인 녹색성장 방식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각국의 발전을 도울 것입니다.”
    박 이사장은 “공적개발원조는 국민의 세금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국민적 여론과 지지,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개도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뤄 함께 잘 사는 지구촌을 건설하기 위한 KOICA의 노력에 국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