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조선일보 기사다. 북은 전쟁공갈은 그것대로, 돈 달라는 것은 그것대로 2중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웃기는 얘기 같으면서도 솔직(?)한 데가 있다. 한반도 정세 자체가 그런 2중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 2중성에 비추어 보면 우리 내부의 ‘햇볕’이나 ‘아류(亞類) 햇볕’ 류(類)의 장미빛 일변도의 낙관론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북은 “우리의 원칙은 원칙, 남조선 X들 돈 빨아 먹기는 그것대로”라는 완전한 2중전술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남쪽 정치권, 대북 장사치들, 소위 북한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을 비롯한 일부 먹물들, 남북 회담으로 먹고 사는 이른바 ‘통일 관료’들은 그런 2중성을 몰각하고 북이 온건해졌다느니, 북이 변했다느니, 북이 달라졌다느니...어쩌고 하는 단세포적인 반을을 곧잘 보이곤 한다. 그들은 북이 강경하게 나오면 그것도 우리가 그들이 해달라는대로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쪽을 나무란다. 
     그렇다면 27일 오전 9시에 터진 서해상 북의 대남 발포는 뭔가? 그것도 북이 온건해진 징표인가? 그것도 북이 변한 증거이고 북이 대화를 애타게 바라는 증좌인가? 하기야 북은 남쪽의 돈을 애타게 바랄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을 받아내기 위한 대화는 애타게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들의 확고부동한 안보 원칙을 고수하는 전제하에서만 그렇다.
     그들의 안보 원칙이란 무엇인가? “안보문제는 미국하고만 이야기 하고, 남조선 X들하고는 돈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북이 말하는 안보문제란 미-북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 한미동맹 해체다. 그리고 남북 연방제다. 대한민국을 무장해제 하겠는 것이다.

      북의 이런 일방적 자세를 비판하고, 그렇다면 우리도 우리 원칙대로 대응하자고 말하면 일부는 그것을 불문곡직 ‘강경책’이라고 비방한다. 그리고 북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나오는 것은 북이 약하기 때문이니, 힘도 더 세고 돈도 더 많은 우리가 대범하게 대해주어야만 그게 ‘통일적’이요 ‘민족적’이며 ‘평화적’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개코 같은 소리다. 돈 많은 게 다라면 미국이 왜 베트남한테 졌나?

     북이 대포를 쏜 것보다도, 그걸 이쪽의 ‘강경책’ 때문이라고 할 ‘견지성(犬之聲)을 또 들을 일이 정말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