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스 오버(cross over)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경계선을 넘나든다는 원래의 뜻보다는, 정치적 집단 논리를 압도하는 객관적인 준거가 이 편에도 저 편에도 예외 없이 관철 된다 뜻으로 그 말을 원용해 보고 싶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작금의 강기갑 판결과 PD 수첩 판결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에 관해서까지 정치적 찬반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이 편이든 저 편이든 그 누구도 꼼짝없이 승복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준거가 사라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예컨대 수학의 정리(定理)에 대해서 그 누가 불복하겠는가? 사회과학은 물론 수학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사회’ 가운데서도 법리(法理)는 좀 예외적이다. 선진국일수록 법원의 판시(判示)에 대한 사회적 승복의 폭은 넓어진다. ‘선진’일수록 객관적 준거가 강하게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선진=고도의 객관성과 초연(超然)함이 크로스 오버 하는 사회”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왜 똑같은 현상에 대한 객관적 판단의 준거가 없이 “나는 이렇게, 너는 그렇게 따로 따로 보자”는 식의, 주관적인, 대단히 주관적인 듯한 잣대들이 정치적 충돌을 일으키는가? 심지어는 사법부의 판단과 관련해서까지...한 마디로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객관적 준거보다는 각자의 주장이 우세한 전근대적 ‘부족 활거’ 사회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 아닐까?

     


     이런 잡다한 ‘주장’들의 충돌을 사법부가 그 본연의 초연한 잣대로 정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법부야말로 많은 상충하는 ‘주장’들을 객관적으로 굽어보는 ‘신(神)의 관점(God's eye view)'으로 다가가는, 그래서 또 하나의 세속의 일부가 되지 않아야 할 존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