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세종시 수정 추진과 관련, "처음으로 비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출발 자체부터 충청도민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정치논리로 좌우돼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제시할 대안을 지켜보고 판단해달라는 당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대전·충남 지역인사와의 오찬 간담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충청도민이 상처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사실 가장 신경 쓴 것은 도민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하는 데 대해 왜 굳이 욕을 먹으면서 그런 일을 벌이느냐고 충고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며 "이 문제는 내게는 정치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경쟁력 때문에 추진하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선거 때를 생각하면 사실 할 말이 없어 더 고민한 것"이라며 "그런 미안함이 있기 때문에 더 정성껏 대안을 마련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에 좋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미래에도 계속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찬간담회에는 박성효 대전시장, 이인화 충남행정부지사, 성무용 천안시장 등 대전·충남지역 자치단체장과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계 주요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굳게 믿는다"면서 "아닌 건 아니라고 한 점은 늦은 감은 있지만 두손 들어 환영한다"(홍성표 대전사랑협의회장)는 세종시 수정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인구분산을 위해서라도 '원안 플러스 알파'로 해달라"(박복수 연기군 기독연합회장)는 주문도 터져 나왔다.

    송인섭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은 "행정부처 이전을 믿고 투자한 건설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명품 중의 명품 도시를 만들어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조계종 마곡사 주지 원혜스님은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 걱정이 된다는 사람이 참 많다. 현장 목소리를 좀 더 경청해달라"고 당부한 뒤 "경제문제도 열심히 풀되 정신적 문화, 정신적 품격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간담회 참석자 주요 발언.

    △ 최훈 카이스트 벤처협회장 = 세종시에 벤처와 관련된 기관들을 다 모아 세계 특허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 세종시를 벤처기업의 중심으로 육성해 주길 바란다.

    △ 설동호 한밭대 총장 = 세종시에 카이스트와 고려대가 입주한다고 알고 있다. 대전ㆍ충청에 이미 40여 개 대학이 있으므로 이 대학들이 특성화 분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해 달라.

    △ 김재현 공주대 총장 = 세종시는 충청권 대학과 기업이 연계된 기업밀착형 도시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세종시에 입주하는 대학은 충청권 발전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분야 연구 대학으로 특화해 미래산업의 중심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

    △ 김종성 충남 교육감 = 해외 조기유학생들을 국내로 흡수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초중고교를 (세종시에) 만든다면 사교육비와 외화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교육센터로 만들어 달라. 그러나 특목고 설치는 반대한다.

    △ 박복수 연기군 기독연합회장 = 인구분산을 위해서라도 세종시는 '원안 플러스 알파'로 해 달라. 또 종교부지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해 종교시설이 쉽게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

    △ 홍성표 대전사랑협의회 회장 = 충청도 사람들은 명분이 없으면 눈앞에 실리가 있어도 선택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대통령께서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 어떻게 명분을 세워주실지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을 굳게 믿고 있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하신 점은 늦은 감은 있지만 두 손들어 환영한다.

    △ 송인섭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 행정부처 이전을 믿고 투자한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명품 중의 명품 도시를 만들어 주시길 원한다.

    △ 원혜 스님(조계종 마곡사 주지) =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 걱정이 된다는 사람들이 참 많다. 현장 목소리를 좀 더 경청해 달라는 고언을 드린다. 경제문제도 열심히 풀어주시되 정신적 문화, 정신적 품격도 고려해 달라.

    △ 김용호 대전기독교연합회장 = 세종시라는 큰 타이틀이 정치적으로 이끌려 가지 않았으면 한다.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진실이 무엇인지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 류해일 선진충청포럼 = 대선 때 약속한 청주공항 활성화가 아직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다시 한 번 챙겨봐 주셨으면 좋겠다.

    △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이 미국의 보스턴처럼 교육·연구 도시가 되어야 한다. 비용을 두려워해 투자를 꺼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