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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때문에 그랬다구요? 정치적 사익추구를 위해서? 계보정치 때문에? 차기 대권을 위해서? 지금 국무위원 중에 얼굴에 칼 맞고 죽을뻔해가며 이 정권을 만든 사람이 누가 있어요. 어디서 잘 먹고 잘 살고 편하게 지내다 누가 누구에게 이따위 소리를 하는 겁니까"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9일 국회 사회·교육·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찬 국무총리를 불러놓고 한 말이다. 회의장이 찌렁찌렁 울릴 만큼 그의 목소리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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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좌)과 박근혜 전 대표 ⓒ연합뉴스
정 총리가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라고 했지만 이 의원은 이런 그에게 "뭐가 지나칩니까. 뭐가 지나친 지 얘기해보세요"라고 받아쳤다. 정 총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의원은 바로 "약속을 깨자는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사자성어로 뭐라 하는 줄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정 총리가 답하지 않자 "적반하장이라고 합니다"라고 자답했다.
그는 다시 소리쳤다.
"이럴 수 있습니까? (총리) 제안 받은지 반나절 만에 (세종시 수정을) 얘기해놓고 박근혜 대표가 이용했다고 하는데 지금 정 총리가 (세종시 논란으로) 엄청나게 재미보고 있는 거에요. 경제에는 신용이란 단어가 유난히 많더라구요. 경제학자로서 정치에서는 그렇게 신용을 가볍게 봐도 되는 겁니까"
이 의원의 이날 질문은 분풀이에 가까웠다. 그간 쌓여온 여권 주류에 대한 불만을 몽땅 쏟아내려는 듯 이 의원의 표정과 목소리는 격앙됐다. 이 의원의 이날 발언은 박 전 대표는 물론 당내 친박진영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세종시 문제에 친박 진영의 화가 단단히 났다는 것이다.
박근혜 진영이 이렇게 까지 세종시 문제에 격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논란 초기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세종시 건설에 부정적인 의원도 꽤 있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 생각이 다른 의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의원이 아닌 이상 세종시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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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 의원들 ⓒ연합뉴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원안 혹은 원안+알파'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박근혜 진영은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2005년 법안 처리 당시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도 박 전 대표의 입장표명 뒤 "현 상황에서는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친이명박 진영도 속으론 부글부글 끓었지만 바로 박 전 대표를 공격하진 못했다. 세종시 수정을 위해선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랬던 양 진영이 급속도로 냉각된 계기는 세종시 원안에 이명박 대통령이 부정적이라는 의중이 알려지면서다. 이때부터 이명박 진영에서 수정 목소리가 쏟아졌고 발언 초점은 점차 '박근혜 책임론'으로 쏠렸다. 박근혜 진영의 불만은 여기에 있다. 세종시 수정이 결국 '박근혜 죽이기'라는 의심을 갖게 된 것이다.
수정을 하려면 박 전 대표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애당초 논란 목표가 세종시 수정이 아닌 '박근혜 공격'이었다는 게 박근혜 진영의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수정이 안되도 이 대통령은 나쁠 게 없다. 본인은 나라 장래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박 전 대표가 반대해 하지 못한 것이란 명분을 가질 수 있다"며 "임기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단기사업이 아니라서 세종시 수정 논란은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가 세종시 수정이었다면 박 전 대표 설득작업을 우선했어야 했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뻔히 알 수 있는 사실 아니냐"고도 했다.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당직까지 던진 이성헌 의원은 10일 성명을 내고 "친이계가 세종시와 관련한 모든 문제의 근원이 마치 박 전 대표에게 있는 것처럼 일제히 박 전 대표 공격에 나선 것은 문제 핵심을 잘못 짚어도 대단히 잘못 짚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친이계) 주장대로 세종시법 원안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전면 수정하는 것이 '국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동안 왜 한나라당에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박근혜 진영의 공격도 결국 이 대통령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소신이 세종시 수정이라면 대통령이 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서야 할 문제"라며 "박 전 대표가 약속 파기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랫사람들을 시켜 어설픈 압박을 가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론이 그토록 국익과 국가 백년대계에 부합되는 일이라면 무엇보다 당당하고 솔직하게 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할 일이지, 시장 바닥 야바위꾼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냐"며 "토목공사는 그런 식으로 가능할 지 모르나 적어도 민생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국가대사를 다뤄서야 되겠느냐"고 따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