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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겠다던 민주당은 23일 오후 소속 의원들을 불렀다. 인사청문회가 끝났으니 정 후보자에 대해 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원총회가 최고의결기구는 아니지만 의결 전 소속 의원 입장을 정리하는 주요 회의체다. 당 최고지도부는 이미 정 후보자에 대한 형사고발 가능성 경고와 긴급 자체 여론조사까지 하며 '부적격'이란 가닥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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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정세균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정책위의장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열린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대표는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국민은 실망이 너무 크다고 한다.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실제 까놓고 보니까 너무 흠결이 많다"고 했고,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는 흠결없는 인사를 했다고 단언했지만 청문회를 통해 확인한 것은 국민적 실망과 배신감, 분노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총리 청문위원이던 강운태 김종률 백원우 최재성 의원 등도 보고를 통해 "스스로 용퇴하는 게 맞다", "낙제점이라 본다", "도덕적 흠결도 컸지만 실정법을 심각하게 위반해 위법행위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정 후보자는 백미터 성형 미인이었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부적격' 결론을 내렸다.
이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 의원총회는 모든 언론과 국민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뒤 "이 의원총회를 통해 민주당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와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를 어떻게 할지 의견을 모으면 충실히 임하겠다"며 당론 결정을 주문했다.
90여분에 걸쳐 진행된 의원총회 결과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은 정 총리 내정자 지명을 철회하고, 정 내정자는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우제창 원내대변인이 브리핑했다. 또 "이귀영 법무부장관, 임태희 노동부장관, 백희영 여성부장관 내정자 지명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결론도 함께 내렸다.
그러나 우 대변인의 이런 브리핑과 회의장 분위기는 온도차가 컸다. 사회를 본 박은수 의원의 개회선언 때 부터 의원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자리를 이동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 하더니 청문위원들의 결과 보고 때는 하나 둘씩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정세균 대표가 회의 시작 20여분 만에 퇴장했고 김재윤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청문 결과보고가 끝나자 84명의 소속 의원 중 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사회자를 포함 27명에 불과했다.
이미 당론결정을 위한 성원은 모자란 상황이었다. 이석자가 너무 많자 사회자가 회의 도중 "이석을 조금 자제해달라"는 요구까지 해야했다. 이어 변재일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9월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 설명을 하려고 마이크를 잡았는데 이때 회의장에 남은 인원이 22명이었다. 자당의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을 설명하는 데 정작 회의장이 텅 비자 변 부의장은 "정책이 중요한데 워낙 청문회가 중요해 정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사회자가 "보고를 마치고 자유토론에 들어가겠다"며 회의를 비공개로 돌렸는데 워낙 의원들 이석이 많아 토론이 힘들 것으로 보이자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서둘러 "(총리 청문위원인) 강운태 의원이 충분히 설명을 잘해 의원 3분의 2가 이석한 것 같다. 특별히 토론할 게 없다면 원내대표 얘기로 결론내는 게 어떻겠느냐"며 회의를 끝내려 했는데 이를 김동철 의원이 막았다. 김 의원이 단상에 나와 발언한 것은 이날 의제와 상관없는 신영철 대법관 사퇴요구였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은 10여분만에 끝났다.
회의 뒤 분위기는 더 어수선했다. 비공개 토론에서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했던 김 의원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이 원내대표에게 불만족스러운 말투로 재차 같은 요구를 했는데 이 원내대표는 이런 김 의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총리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쓸데없는 소리"라며 신경질적 반응으로 대응했다. 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참석한 모 의원은 "어떻게 결론이 났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해 우 대변인의 회의 결과 브리핑과는 차이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