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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활동을 재개한 북한 김정일의 건강이 "겉으로는 비교적 회복된 듯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악화되고 있다"고 북한 내부 뉴스 전문매체 ‘열린북한통신’이 16일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김정일이 방북 인사들을 만나고 건강이 좋아진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외부를 겨냥해 연출된 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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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신은 "김정일의 뇌졸중은 상태가 회복됐다고 한다"며 "7월 이전에는 주변에서 부축을 해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좋아졌"고 보도했다.
실제로 티머시 키팅 미국 태평양군사령부 사령관은 15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 "김정일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할 때 힘이 있어 보였고 논리적 토론을 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또 지난 8일 김정일을 만난 파벨 오브샨니코브 러시아 21세기관현악단장도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김정일은 기억이나 말투가 확실했다. 양손도 자유롭게 움직였고 담배도 피웠다"고 전했다.
열린북한통신은 그러나 "김정일 뇌졸중 후유증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올 5월에 당뇨합병증으로 만성신부전증이 악화돼 신장 투석을 1주에 2~3회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일은 "투석을 받기 직전에는 몸이 시들시들하고 투석을 받으면 다시 몸이 회복되는 상황"이다.
소식지는 "김정일 건강이 악화되자 주치의들이 규칙적 생활을 권고했지만 김정일은 이를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하고 "김정일이 원래 밤잠이 없어 새벽 늦게까지 일하고 오전 9~10시까지 자는 습관을 갖고 있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규칙적 습관도 깨져 주치의들이 우려할 정도로 생활이 불규칙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수령이어서 주치의도 불규칙적 습관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또 김정일은 정신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통신은 "잠깐 보면 괜찮아 보일 수 있어도 뇌졸중을 앓은 이후 그는 가벼운 우울증에 걸려 있다"며 "중요한 정책 결론을 내리는 데 시간적으로 초조한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정일의 현지 지도도 일부는 거짓이며 실제 현지 지도 갈 때도 과거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여주기 위한 식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통신은 이어 "김정일 측근들은 김정일 건강이 회복가능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는 육체적으로도 건강이 악화되고 정신적 평상심마저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고위간부들 사이에선 김정일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말이 떠돈다"고 주장했다.열린북한통신은 또 "김정일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강성대국이 된 뒤 그 유산을 후계자인 아들 김정운에게 물려주고 싶어 건강에 별 문제가 없음을 과시하려고 더 무리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실질적 건강상태는 더 안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