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 사태가 우려되던 파국으로는 치닫지 않았지만 그 과정이 교섭보다는 대립과 충돌로 점철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폭력으로까지 번진 사회갈등의 통제 실패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정부와 사측, 노동계가 각각 제시하는 원인은 다르지만 노사관계의 후진성이 재확인됐다는 점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먼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구조조정은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며 공장을 불법으로 점거해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가도록 한 쌍용차 노조 지도부의 경직된 태도다.

    바깥에는 회사의 회생을 바라며 농성 해제를 고대하는 노조원들이 다수였음에도 지도부는 강경한 입장을 철회하지 않아 결국 정상화의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한 노노갈등까지 초래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회사가 파산하건 말건 끝까지 가보자는 것은 생존권 투쟁이라기 보다는 반기업투쟁이나 반자본투쟁"이라며 일부 노조원들이 맹목적 이념에 경도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1980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관계 제도화가 덜 돼 노조가 불법행위를 당연시한다"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이 함께 가면서 불법이 정당화된 면이 있는데 현재는 여론의 지지도 못받는데도 관행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의 공장 점거와 폭력 행사 등의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이들이 왜 강경투쟁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지를 두고서는 비판의 화살이 `해고는 살인'이라는 모토까지 낳은 불안정한 사회체제로 날아간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조건 노조와 노동운동을 싸잡아 잘못됐다고 하는 식으로 문제는 못 푼다"며 "정규직 근로자가 왜 정리해고에 저렇게 극렬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직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불충분하고 전직과 재취업이 쉽지 않은 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조건이 나은 근로자일수록 해고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고 저항이 응축된 가운데 정부의 구조조정 기조에 반발하며 `총고용 보장'이라는 이념에 가까운 요구를 강조하는 금속노조가 적극적으로 가세했기 때문에 사태는 정부와 노동세력간 대리전으로 흘러 불필요하게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산이냐 회생이냐는 갈림길에 선 쌍용차의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정리해고 저지라는 노동계 전체의 목표에 초점을 맞춘 금속노조 등 외부세력의 개입이 결과적으로 사태의 본질을 왜곡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고가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먼저 갖춰져야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김동원 교수는 "쌍용차에서 미리 권고사직을 한번 했는데 그때 나간 근로자들이 극빈상태로 지낸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해고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인생이 다른 클래스로 바뀌는데 저항이 극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극렬한 투쟁과 그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극단으로 치닫는 사태에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손쉽게 공권력만 투입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그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병훈 교수는 "정부가 적게는 2만, 크게는 20만명까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태이고, 해고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상황을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조가 왜 저런 지난한 싸움을 하는지 이해하지 않고 노동 유연성만 얘기한다면 만날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제3자인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당사자인 노사가 책임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고 앞으로도 견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동원 교수는 "이번 사태에도 긍정적인 면은 있다"며 "정부가 개입을 자제했기 때문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협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노조도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해결해주기를 원하는 `중독증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