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 대치로 치닫던 쌍용자동차 사태가 점거파업 76일만에 '평화적 타결'로 마무리됐지만 노사 양측에 큰 상처를 남겼다.

    사측의 구조조정안 발표 이후 노조의 점거 파업, 사측의 직장 폐쇄, 노사협상 결렬, 경찰의 개입으로 이어지면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쌍용차 사태는 6일 극적 타결을 이루며 해소됐다.

    ◇사태 촉발 = 노사 갈등은 사측이 4월 8일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천646명에 대한 인력감축안을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노조에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5월 21일 총파업을 선언했고 다음날부터 평택공장 내 본관과 도장공장 등을 차례로 점거하며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사측도 열흘 뒤인 31일 '직장폐쇄'로 강수를 두며 사태 해결의 길은 점점 멀어졌다.

    ◇부상자 속출..갈등의 골 커져 = 파산을 우려한 '비해고' 직원들이 공장에 진입하면서 노조와 충돌, 지난 6월26~27일 이틀간 양측에서 100여명이 부상했다.

    7월 20일에는 경찰이 공장 안으로 진입하고 직원들도 출근을 강행하면서 노조와 충돌해 노사 양측에서 100여명이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또 경찰이 지난 4~5일 노조가 점거중인 도장2공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을 장악한 1,2차 진압작전 과정에서도 노사 양측과 경찰에서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제 총포류까지 만들어 사용하는 등 쌍용차 노조의 투쟁이 갈수록 폭력 양상을 띠면서 쌍용차 사태 이후 7월 29일까지 노조원 3명이 구속되고 노조 집행부 28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갈등의 상처는 깊어만 갔다.

    경찰은 쌍용차 사태 이후 지금까지 노조원 4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을 구속했고 협상 타결 직전까지 농성장을 떠나지 않은 노조 집행부 2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여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

    "파업을 풀어도 (점거 파업한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는 비해고 직원들의 탄식에서 드러나듯 직원들 간에 패인 불신의 골은 공장이 다시 가동된 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기간 손실 '눈덩이' = 정리해고자 974명에 대한 처우 등 큰 줄기의 합의는 이뤘지만 그동안 생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쌍용차 600여개 협력회사 모임인 협동회가 5일 쌍용차에 대한 조기 파산 결정을 요청해 회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가뜩이나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회사의 자금난을 가중하는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시설을 점검하고 복구해 공장을 다시 가동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기획재무본부장 최상진 상무는 확보한 공장의 피해상황에 대해 "청소나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설비 훼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달 30일 두번째 노사 대화과정에서는 "시설 점검을 한 뒤 공장을 가동하는데 1주일에서 열흘은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 상황이 변수라고 밝혀 회사 정상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사측은 78일간 파업으로 차량 1만4천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3천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민형사 책임 문제 남아 = 6일 노사 합의를 통해 민.형사상 책임 문제의 경우 회사측은 형사상 책임에 대해 최대한 선처하도록 노력하고 민사상 책임에 대해서는 회생계획 인가가 이뤄지는 경우 취하하기로 했다.

    사측은 앞서 6월 22일과 7월 14일 노조 집행간부 190명과 외부세력 62명에 대해 50억원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에 대한 민사상 책임은 회사가 손배소 등을 취하하면 해결되지만 형사처벌은 사측이 최대한 선처하도록 노력한다고 해서 완전히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경기경찰청은 농성장을 자진 이탈하는 경우라도 체포영장 발부자와 파업주동자, 화염병.사제 총포류 등으로 공격한 극렬행위자 등은 엄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사는 '양보로 공생의 길을 찾으라'는 외부의 목소리를 외면하다 파업 일만에 사태 해결을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택=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