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시와 낚시 ⓒ 뉴데일리
    ▲ 한시와 낚시 ⓒ 뉴데일리

    쪽마다 갈대 스치는 바람소리가, 새벽안개의 몽롱함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먼 휘파람 소리가 스며있는 느낌이다.

    열댓 살에 낚싯대를 잡기 시작했다고 했다. 올해 예순다섯이니 50년 가까이 낚시를 즐겼다는 얘기다. 긴 세월 한 결 같이 낚시를 즐기다보니 꾼들 사이에는 ‘견지낚시의 명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저자 이하상씨가 그냥 고기만 낚고 세월만 낚은 것은 아니었다. 수집한 옛 견짓대가 200대가 넘고, 관련 그림과 사진도 3000여 점이나 모았다. 고서를 뒤져 음미한 조어(釣魚) 시는 6000편에 달한다.
    이 6000편 중 혼자 음미하기 너무 아까운 시들을 골랐다. 추리고 추려도 약 300수였다. 우리 선조들의 문집에서 찾아낸 한시가 119수, 중국 사고전서에서 찾아낸 한시는 68수였다.
    이인로의 '동정호의 가을 달', 이규보의 '저물녘 눈 내리는 강가', 이수광의 '어촌의 낙조', 이승만 전 대통령의 '낚시를 다녀오며' 등 우리 시와 굴원의 '어부가', 이백의 '맑은 강에서 홀로 낚시하다', 소식의 '성 밖 강가' 등 중국 시 들이다.
    의외의 수확도 있었다. 한 자, 한 자 어려운 한시를 번역하면서 옛 시인들이 어디서 낚시를 했고, 낚싯대는 무엇을 썼고, 무슨 고기를 잡았는지도 알게 된 것. 고전번역원의 번역 오류까지 잡아냈다.

    강태공의 미덕은 기다림의 여유다. 삶에 지친 독자들에게 넉넉한 여유와 멋을 선물하는 책이다. 소와당 펴냄, 318쪽.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