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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국제사회의 반대 속에 북이 끝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이제 공은 우리에게로 넘어 왔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핵실험에 이은 종전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이번 로켓 발사로 인해 고조된 한반도 안보위협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핵과 로켓 문제는 단순히 남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변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이란 점에서 국제적인 성격도 띄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에 대한 대응을 국제사회에만 맡길 수 없다. 물론 UN을 통해 북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미국 일본등과 공조해 북이 핵을 폐기하고 로켓 사정거리 연장을 동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들어 난 바로는 북이 핵과 로켓을 쉽게 폐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령 6자회담이나 미-북 대화를 통해 그것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다 해도 구체적으로 시행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그동안 북은 이것을 최대한 이용할 것이다. 북이 북한주민들이 밤에는 전기도 켜지 못하고 하루 두끼의 풀죽도 제대로 못 먹는 심각한 경제난속에 수많은 사람이 아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제협력을 골자로 한 그동안의 남북합의를 일방적으로 전면 무효화시키고 남한에 ‘불벼락을 안기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협박을 통해 남한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은 이번 장거리 로켓발사를 내부체제단속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군사용 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이 주목적이면서도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처럼 위장해 북한주민에게 선전함으로써 마치 북이 미국과 어께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강대국이 된 듯한 환상을 심어 주고 있다. 지금의 북한형편에서 선진국이 하는 인공위성발사를 흉내 내는 것은 한편의 코미디지만 그래도 이번 로켓발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히 먹혀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때맞춰 개막한 제15기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하고 비상설기구인 국방위원회를 상설화하기로 해 선군정치의 틀을 강화했다. 이는 김정일 1인중심의 수령독재체제가 강화됨과 동시에 남한에 대한 위협 증대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것에 우선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지만 안보위에 경제가 있고 안보 없이는 국가기반이 무너진다. 우선 2012년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사 해체작업을 즉각 중단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미연합사해체는 지난 2007년 2월 노무현정부가 ‘자주권 회복’이라는 헛된 명분을 내세워 한국군이 전시 작전 통제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하면서 비롯 됐다. 지금까지의 한국과 미군의 통합작전운영체제를 각자 운영하게 되면 세계최고 수준의 대북억제력을 갖춘 미군의 전투능력을 우리가 활용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두 갈래 작전 지휘체계로 인한 혼선도 우려된다. 한-미 양국군을 ‘연합사’라는 하나의 틀 속으로 묶어 두면 미군이 병력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려해도 제약요소로 작용했으나 그것이 해체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결정 이후 한국전에 참전했던 노병들이 중심이 되어 전국을 돌며 눈물겨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뿐 아니라 종교계 학계 법조계 정계 전직 외교관등 227개 단체가 ‘한-미연합사해체반대 1천만 서명운동본부’를 결성해 지금까지 75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전임정부와는 다를 행보를 보이겠다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도 뚜렷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둘째는 한-미 미사일협정에 의해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으로 제한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북한 지역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500km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미사일 기술은 우리가 북한보다 훨씬 우수한데도 양국 간 협정에 묶여 사거리를 늘릴 수 없는 것이다.
셋째는 국민의식을 하나로 통합해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좌파정권 10년동안 국민들의 안보의식은 왜곡됐으며 친북좌파를 넘어 종북주의자들이 활개치고 있다. 남남갈등이 심화됐으며 북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작년의 촛불집회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좌경으로 흘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출범당시 북한의 상응한 조치 없이 무조건 북한 요구를 들어준 김대중-노무현정부의 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으나 지금까지 뚜렷한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북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북이 로켓을 발사하면 즉각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나 오락가락하다 유엔제재조치이후에야 발표했다. 정부는 당장 미국과 협상에 나서 한-미연합사 해체 작업을 중단하고 미사일사거리를 연장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 어느 정부보다 미국과 관계가 원만한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민통합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친북세력의 강경일변도와 비현실적인 투쟁방식으로 인해 주축세력인 민주노총과 전교조등의 회원 수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으며 종북세력도 줄어들고 있다. 최근의 안보위기상황을 이것과 연계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경각심을 심어 줘야 한다. 그렇다고 북과 대화를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대북억지력이 크면 클 수록 북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도준호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