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가 반등 하루 만인 5일(현지시간) 다시 급락하면서 뉴욕증시가 1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등 증시가 바닥을 모른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대(大)침체'(Great Recession)나 불황(Depression)이라는 단어를 등장시킬 정도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미국발 금융위기도 각국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가 계속 저점을 갈아치우며 추락함에 따라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두려움도 커지는 모습이다.

    ◇ 미.유럽 증시 급락..S&P 500 13년전으로 =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281.40포인트(4.09%)나 하락한 6,594.44로 마감하면서 3일 기록했던 12년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다우지수가 6,6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1997년 4월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

    나스닥 종합지수는 54.15포인트(4.00%) 내린 1,299.59로 거래를 마쳐 작년 11월 21일 이후 3개월여 만에 1,3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682.55로 30.32포인트(4.25%)나 하락하면서 1996년 10월 이후 거의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럽 증시도 급락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주가지수는 3,529.86으로 3.18% 급락했으며,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3.96% 떨어진 2,569.63으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는 3,695.49로 5.02%나 빠졌다. 

    유럽의 대표주 동향을 보여주는 유로퍼스트 300지수는 671.47을 기록, 전날 대비 3.6%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유로퍼스트 300지수는 올해 들어 19%나 하락했다.

    ◇ 끝이 안보이는 위기 = 금융위기는 씨티그룹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쌓이는 부실에 대한 국유화 우려와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진정되지 않다. 생존위기에 몰린 제너럴모터스(GM)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대표적 우량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도 금융부문의 부실로 신뢰를 잃으며 흔들거리는 등 불안함은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발표된 경제관련 지표들도 암울함의 연속이었다. 

    실직사태는 끝없이 이어지며 소비위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악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주(2월23∼28)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는 63만9천명으로 한주전에 비해서는 3만1천명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60만명을 넘어섰다. 노동부가 6일 발표할 예정인 2월 실업률은 1월의 7.6%에서 더 높아진 7.9%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부동산시장 문제도 미국내 주택 약 8채중 1채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연체했거나 압류상태일 정도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모기지은행가협회(MBA)는 지난해 4·4분기 모기지 연체율이 7.88%(계절조정치)로 전년 동기보다 2.06%포인트나 급등하면서 자료 집계가 시작된 1972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올해 1월 공장주문 실적도 1.9%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여 제조업부문의 활동과 고용 위축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유럽의 경제도 곤두발질하면서 유로존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아질 전망이다.

    ECB는 이날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의 -0.5%에서 -2.7%로 대폭 낮춰 -2.2~-3.2%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희미해지는 증시 회복 기대 = 미국 증시는 지난달 24일 이후 상승한 날이 전날인 4일 딱 한번일 정도로 최근 추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악재 뿐인 여건 속에 증시가 빨리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나이트에쿼티마켓의 영업이사인 피터 케니는 블룸버그 통신에 "가장 낙관적인 투자자들 조차 증시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아무도 증시의 랠리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또 증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금융부문이 우선 안정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고 있는 주요 금융회사들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최근 증시 급락으로 바닥에 가까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밀러타박앤드코의 피터 보크바 전략가는 블룸버그 통신에 심리가 극한으로 치달으면 추세가 전환될 수 있다면서 이날 증시 움직임은 바닥에 가까웠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뉴욕증시가 12년래 최저치로 추락했지만 저점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지는 대규모 투매가 나타나지 않는 등 증시가 아직 바닥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증시의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했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