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의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대중들 사이 꽃미남 열풍을 만들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10회 이후 시청률이 30.5%로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보다 무려 10%p 앞서 있다.

    이미 92년에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일본은 물론 대만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대중들로부터 인기몰이를 했고 대략적 이야기 전개구도가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고 여러 번 시청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청자의 욕구, 이런 욕구가 표현된 대리 만족감을 드라마가 채워줬다. 드라마 설정부터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구성으로 시청자에게 환상의 마음을 심어줬다. 구체적으로 청소년에게는 학교 밖 일탈이 주는 해방감을, 20~30대 여성들에게는 서민 계층에서 재벌 2세를 통해 신분 상승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는 또 F4라는 잘생기고 돈많은 남성을 보여줘 시각적인 즐거움도 선사했다. 드라마에서 구준표라는 인물은 185cm의 훤칠한 키에 선이 굵은 외모로 여성의 인기를 끌었고 여기에 나머지 3명 또한 출중한 외모였다. 이밖에 그동안 엄친아, 엄친딸로 인해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거나 평가받지 못한 젊은 층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비록 현재 우리 부모님 경제력이 넉넉하지 못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동안 부모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게 꽃보다 남자가 다양한 요소로 국민 인기를 받고 있는데, ‘꽃남’ 이 현재의 어려운 경제성을 반영해 지금과 달리 드라마 구성이 보다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모습을 비춰보여도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지금의 인물 4명이 부모 덕이 아닌 자수성가로 사회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인다든가 이 인물들이 꽃미남이 아닌 완소남이었다면 시청자에게 보다 쉽게 접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기는 누리지 못할 것이며 이런 풍의 흐름은 자칫 청소년 드라마로 전략하는 우려를 범할 수도 예상해 본다.

    즉, 이 드라마에서 비쳐지는 이야기가 비록 현실세계에서는 펼쳐지기 힘든 내용일지라도 보는 순간에는 현실도피 환상을 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힘들수록 국민은 이성에 의지하기 보다는 드라마 속 환상에 몸을 맡기는 것을 더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힘든 사회 속 ‘꽃보다 남자’의 사례에서만 아니라 1930년대 미국 경제 불황 때도 이와 유사하게 대중문화 속 이야기는 낭만과 상류층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1930년대 초, 경제공황이 미국을 휩쓸던 시절 할리우드는 낭만적 멜로드라마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5센트만 내면 볼 수 있었던 당시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치 않으면서 뜻밖에 거지나 노동자, 빈민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상류층의 거대한 저택과 화려한 파티, 멋진 자동차와 단란한 가족이 스크린을 채웠다. 바로 이 시기에 영화는 현실의 도피처 역할을 했다.

    <사진설명 1930년대 미국 로맨틱 코미디와 뮤지컬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영화로는 `러브 퍼레이드'(1929), `몬테카를로'(1930), `미소짓는 중위'(1931), `당신과 함께 한 1시간'(1932), `삶의 설계'(1933), `메리 위도우'(1934), 등을 들 수 있다. >

    동서양을 불문하고 불황일수록 대중문화 속 콘텐츠는 관객에게 각박한 현실 세태를 보여주기보다는 비록 불가능하지만 환상의 판타지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 “꽃보다 남자‘는 노골적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통적 서사구조를 가짐과 동시에 드라마계에 불고 있는 ’막장‘ 트렌드를 지니고 있다. 어려운 지금, 드라마가 끝나는 순간까지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환상이 일상생활을 펼쳐 나가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