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초·중·고교의 학교별 성적은 공개해선 안 된다는 금기가 깨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력정보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토록 하는 ‘교육 관련 기관 정보공개특례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2010년 시험부터 각 학교는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 5개 과목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통 이상’ ‘기초’ ‘미달’ 등 3등급으로 나눠 등급별 학생 비율을 공개해야 한다. 이는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발표 내용대로라면 학력정보 공개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보 공개 범위나 대상에 제한을 둬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 공개 범위만 해도 그렇다. 평가 결과는 우수·보통·기초·미달의 4등급으로 매겨져 학생에게 통지된다. 하지만 외부에는 우수와 보통을 ‘보통 이상’으로 묶어 3등급으로만 공개한다. 이는 정확한 학교 성적 수준을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온당치 않다. 4등급 모두를 공개하는 게 옳다.

    국가 수준의 평가라는 이유로 학업성취도만 공개하는 것도 문제다. 시·도 교육청 주도로 지난 3월 실시된 ‘학력진단평가’의 성적도 공개해야 한다. 학생 개인별 원점수와 과목별 평균 등 다양한 잣대로 산출한 성적이 담겨 있어 학교 교육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초6·중3·고1 학생에게 한정된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 학년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학생 개인별 성적 추이를 알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행 시기도 2년 뒤로 미뤄야 할 필요가 없다. 당장 올 10월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부터 공개하라. 매년 치러온 평가인데 결과를 공개한다고 해서 특별히 준비가 더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학력정보 공개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정책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성적이 향상된 학교에 대해선 보상을 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에 대해선 추가 재정지원이나 우수교사 배치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