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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일 사설 '다음 대선 때 흑색선전 드나들 대문 열어준 것'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6·4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5일 곧바로 BBK 사건을 포함해 대선과 관련된 고소·고발 30건 전부에 대한 취하 방침을 밝혔다. 강재섭 대표는 "대선 때마다 있던 네거티브는 한번은 꼭 짚고 해당 정당과 당사자의 반성과 참회를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정치권 모두의 화합을 위해 한나라당이 고소·고발한 것은 취하하겠다"며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지금 워낙 궁지에 몰려 있으니 이렇게라도 해서 야당의 환심을 사고 국회 문을 열어 정국을 정상화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수시로 정동영 전 대선후보 등 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고소·고발된 상태에서 여당과 대화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걸 흘려왔다. 그러나 이런다고 통합민주당이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당장 반색을 하면서 국회로 들어올 수는 없을 것이지만, 길게 보면 한나라당의 고소·고발 취하가 여·야 간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위야 어찌됐건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흑색선전을 근절시켜 보겠다는 다짐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BBK 전 대표 김경준씨는 지난 4월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그 후 검찰에 나와 "BBK는 내 소유였던 회사이고 이면계약서도 내가 위조한 것"이라고 시인했다고 한다.
승자 독식의 대선에서 양측은 죽기살기로 싸운다. 여기에 TV 방송이 가세하면 얼마든지 바늘을 소로 둔갑시킬 수 있다. 그렇게 당해서 낙선한 쪽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 때도 그랬고, 2007년 대선에서도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이번만은 한나라당이 고소한 것이든, 민주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소한 것이든 전부 다 재판까지 가서 흑백을 완전히 가렸어야 했다. 진통이 적지 않았겠지만 흑색선전의 악순환을 여기서 끊었어야 했다. 그러나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음 대선에서도 흑색선전이 드나들 문을 활짝 열어둔 셈이다. 아무리 흑색선전을 해도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고, 지더라도 얼마 안돼 고소·고발이 취하될 텐데 누구도 뒷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강 대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정치'라는 말이 오용(誤用)되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런 경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