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시기인 정권의 집권 초반. 이명박 정부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는 평을 듣는다. 더구나 530만이 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이었기에 지금의 위기는 충격이다.

    왜 이럴까. 어디서부터가 문제일까. 이 정권을 지지했던 여러 인사들이 자문을 하면서도 한숨만 내쉰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선뜻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허니문 기간을 주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정권이 바뀌면서 집권 초반 일어날 수 있는 착오들이라며 정권을 옹호하던 여당 마저 최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기어를 올려 속력을 내야 할 시기의 이명박 정부가 집권 3개월 만에 총체적 위기에 빠지자 곳곳에서 저마다의 위기 탈출법과 위기 원인 진단을 쏟아내고 있는데 28일 오후 조선일보의 인터넷판 '조선닷컴'은 '위기의 이명박 정권이 살 길'이란 제목이 달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자사 기자가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을 올렸는데 '지해범'이란 필명의 이 블로거는 9가지 이유를 들어 위기를 겪는 이명박 정부의 현 주소를 설명했다.

    이 블로거는 '인사(人事) 문제'를 이 대통령의 대표적 실패작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몇달간 이명박 인사를 지배한 키워드는 '소망교회' 논공행상' 이상득 인맥' '고려대'였다"면서 "'무리한 인사' '엉뚱한 인사' '부자내각-부자비서진'이 대부분 거기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클린 라이트(깨끗한 우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설명했고 이런 인사가 "지난 10년간 국민의 간절한 기대와 지지를 외면했으며 대통령이 국민을 외면하니, 국민도 대통령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위기의 단초가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도 인사가 제대로 안돼 "문제를 해결할 만한 장관이 보이지 않고 총리가 나서도 될 것 같지 않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현주소"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죽을 쑤려면' 지금과 같은 인사방식을 고집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 4·9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의 공천문제도 지금의 위기를 촉발한 이유로 꼽았다. 그는 "대통령이 국가 장래를 생각한다면 자기와 가깝고 멀고를 떠나 능력있고 참신한 인재를 적극 발굴해야 하는데 총선 과정에서 보여준 여당의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고 평한 뒤 "측근 실세들의 '자기사람 심기'로 당은 분열되고, 무능한 우파들이 많이 당선됐으며 똑똑한 좌파들이 훨씬 많이 당선됐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다 안다"고 했다. 그는 "5년~10년 후 좌파에 정권을 빼앗기고 싶으면, 앞으로도 계속 '내 사람 심기' 공천을 하면 된다"고 비꼬았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지적하듯 이 블로거 역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불화를 원인으로 꼬집었다. 그는 "대선 전 부터 시작된 박근혜와의 싸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두 사람의 싸움은 이제 국민 눈에는 전혀 흥미없는 추잡한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치솟는 물가와 유가 앞에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국민에게 그것은 눈꼽 만큼의 흥미도 없는 문제"라고 했다. "오로지 '당신들만의 권력투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집권여당 피로증을 만들어낸 주역들"이라고 비판했고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쫌생이' '노무현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갈등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망하는 정권'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블로거는 이 대통령이 관료 집단과의 관계설정을 잘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료 집단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며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고 개인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데 능하다"고 평한 뒤 "관료 집단은 어떤 일에 대해 연구 검토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데까지만 활용해야지 그 이상으로 그들을 믿고 관료들이 제시한 정책을 덜컥 채택했다가는 지도자가 그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쇠고기 파동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의 관료집단이 얼마나 낡고, 무능하고, 고집스러운 집단인지 느꼈을 것"이라며 "영어 해석 하나 제대로 못하고, TV토론에 나와 비전문가의 공격에 쩔쩔매는 한심한 집단이 되고 말았고, 먹고살기 바빠 아무도 듣지 않는 시간에 TV 마이크 앞에 대엿명씩 나와 아날로그 방식으로 계속 떠들고 있어 보통 국민의 눈에는 '참 할일 없는 사람들'이란 인상 밖에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쇠고기 사건은 결국 권력자의 뜻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관료집단과 공무원들이 내놓은 설익은 정책을 덜컥 집어삼킨 이명박 진영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으로는 '컨트롤 타워 부재'를 꼽았다. 그는 "지금 필요한 비서실은 대통령 뒤에서 그림자 처럼 조용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내시형 비서실'이 아니라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때로는 대통령에게 '노'라고 얘기할 수 있는 전략적 참모이자 컨트롤 타워형 비서실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비서실장은 총리나 부총리로 언제든지 교체투입할 만큼의 활력과 아이디어가 넘치고 추진력이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청와대는 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행동은 없고 말만 있다' 이 블로거는 이명박 정부를 "또 하나의 나토(NATO. No Action Talk Only) 정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대건설 회장 시절의 이명박은 한번 명령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하부조직을 거느렸는데 이 대통령이 아직도 그런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결코 그런 조직이 아니고 정책 역시 그렇게 단순한 사안은 하나도 없다"면서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 언급하길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엔 희망을 품었던 국민이 요즘 들어서는 '저거 제대로 실천이나 하려고 저런 말 하나'하고 대통령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며 "노무현 정권과 똑같이 NATO 정권이 되면 '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방에 적 뿐이다' 그는 "이 대통령은 사방팔방에 모두 적을 만들며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개혁 한답시고 전 공무원을 적으로 만들고, 공사개혁 한다고 먼저 떠벌려 모든 공사조직원들이 저항하기 시작했으며 노동자들도 이미 등을 돌리고 있다"며 "쇠고기 시위 진압한다고 어린 청소년들까지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역량을 특정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내기보다 지금처럼 온 사방에 총을 쏘며 전선을 넓혀나간다면, '망하는 길'로 더욱 빨리 가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 사장 정연주도 몰아내지 못하는 정권' 이 블로거는 이 대통령이 좌파 논리의 선전기지가 된 방송을 정리하지 못해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0년간 한국사회에는 좌파논리가 팽배해졌고 이들 때문에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엄청난 고생을 해야했다. 따라서 정권을 잡는 동시에 방송사의 좌파 인맥을 정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대선 종료 6개월, 정권인수 3개월이 지나도록 KBS정연주 사장을 몰아내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3월 20일 영화 '우생순(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했다. 당시 이 영화가 한참 인기를 끌던 시점이었으니 아마도 청와대 비서실에서 관람을 권유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우리영화를 관람한 것 자체야 좋은 일이지만, 영화의 한 주인공이 대표적 '안티 이명박'으로 나중에 쇠고기 촛불시위에도 적극 참여한 인물이고 감독은 진보신당 일을 도왔다는 사실을 청와대 비서실은 아는 지 모르겠다"고 꼬집은 뒤 "이명박 정권의 약점을 파고들며 끊임없이 여론의 지지를 허물어뜨리는 방송을 계속 방치한다면 현 정권의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했다.

    이 블로거는 마지막으로 좀처럼 행동에 나서지 않는 '우파' 진영을 비판했다. 그는 "좌파정권 10년 동안 우파들은 '각자 도생'에 바빴고, IMF가 닥치고 구조조정으로 찬바람이 몰아치자 체면이고 도덕이고 눈치고 모두 팽개치고, 내 한몸 살아남기에 바빴던 10년이었다"며 "그래서 '깨끗한 인물을 찾으려 해도 찾기 어렵다'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흘러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한미 FTA 반대' 진영이 몇백명으로 시작해 전국에 수천~수만명으로 세력을 불려가는 동안, 우파 진영은 어느 누구 하나 청계천에 나가 '한미 FTA 찬성'을 외치는 이가 없고 '너라면 광우병 쇠고기를 자식에게 먹이겠느냐'는 허무개그 비슷한 좌파 논리앞에 우파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서 겨우 몇백명, 몇천명에 의해 한국 전체가 휘청대고 있다"며 "불과 몇달 사이에 좌파의 폐해를 깡그리 망각하고 스스로를 무장해제한 우파들의 안이함이 계속된다면, 이 나라는 망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이 망할려면 빨리 망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처럼 무능한 집단이 5년을 버티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범죄이고 18대 국회가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면, 무능한 집단을 빨리 바꾸는 길도 열린다"면서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이 욱일승천하는 데 한국만 내부 갈등과 분열로 날을 지새면 국가적 불행을 맞게 된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