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포기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확정됐다. 노 대통령은 어제 특검법을 수용하면서도 “특검법안에 법리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굉장히 문제가 있다. 국회의 횡포이고 지위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 삼성특검법안 통과는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각 정당의 정략(政略)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현미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하자마자 “2002년에 삼성은 차떼기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했는데 이번에는 차명계좌를 갖고 있는 (삼성) 사람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로 들여보냈다”고 주장했다. 특별검사 임명 절차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일방적인 정치 공세를 펴고 나온 것이다. 애당초 삼성 특검법안을 들고 나온 저의(底意)를 읽을 수 있다.

    삼성 특검은 정치적 정략적 악용을 경계하고 기업 활동과 국민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검이 정치에 오염되면 수사 결과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특검은 현 정권 임기 말부터 차기 정권 출범 초에 걸쳐 실시된다. 새 정부가 국정의 새 설계를 내놓고, 온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동참해야 할 시기에 사회가 온통 특검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국가적 불행을 불러들일 수 있다. 특검은 한정된 기간과 인력으로 수사를 하는 만큼 사안의 우선순위를 따져 ‘경제성 있는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

    기왕에 특검 수사를 하게 됐으니 2002년 대선 후 노무현 캠프 측이 받았다는 당선 축하금(祝賀金) 의혹에 대해서도 특별검사팀이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 특히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임 중 수사와 소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퇴임 후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결코 정치 보복이 돼선 안 된다.

    다만 삼성이 우리 경제와 민생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부인할 수는 없다. 삼성은 연간 매출액이 국내총생산의 20%, 국가 전체 수출의 20.4%에 이른다. 국내외 고용 인력은 25만4000명이나 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재벌 때리기, 삼성 때리기에 매달리는 세력이 있지만 삼성이 무너지고도 우리 경제가 온전할 수는 없다.

    특검은 ‘삼성 죽이기’가 아니라 환부만 도려내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