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액주주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는데 김경준은 웃으며 인천공항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건 당당한 게 아니라 5000만 국민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와도 분노가 치미는 데 마치 영웅인 양…. 정말 달려가서…. 분노를 느낍니다"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사건 소액주주 피해자 모임 송동식 대표(54)는 BBK사건 핵심인물 김경준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했다. 송 대표는 2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 동안 "이번 사건은 '김경준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사건으로 정의돼야한다"며 "국제가족사기단이 벌인 경제범죄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잘못"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김경준이 미국으로 빼돌린 돈을 조속히 환수해 5225명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송 대표는 김경준측이 주장한 '한글 이면계약서'와 관련, "어떤 사람이 계약서에 도장찍고 사인을 하지 않느냐. 그 정도 막도장은 컴퓨터로도 다 만든다"며 위조일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통상적으로 정식계약서 외 '이면'이라는 자체가 법으로도 인정안되는 것"이라며 "BBK는 김경준이 설립한 게 맞으며, 김경준은 이명박씨의 명예를 이용해 행세했다"고 말했다.

    23일 '가짜 인감 논란'을 지켜본 그는 "고승덕 변호사의 이야기가 정확하다"고 간단히 정리했다. 고 변호사는 "김경준의 '한글 이면계약서(작성일 2000년 2월 21일로 기재)'에 날인된 도장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인감을 흉내낸 위조 도장"이라며 "이 문건은 내용도 허위이고 날조된 계약서"라고 발표했다. 고 변호사는 "이 후보가 인감을 분실해 2000년 4월 24일 동사무소에 새 인감을 신고했다"며 "김씨의 소위 '이면계약서'는 이 인감 도장을 모방해서 판 막도장"이라며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송 대표는 BBK 사건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최대 '정치 쟁점'이되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김경준 일가의 최근 행태에 대해서는 격앙된 감정을 나타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이 후보가 주가조작사건과 무관함을 지적했다.

    그는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이 (이면계약서에 대해) 발표한다고 해놓고, 이보라를 통해 그것도 카피본(사본)을 꺼냈다가 다시  김경준의 어머니가 원본을 가져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은 (이슈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김경준측은) 신뢰가 없다. 너무 거짓말을 하니까…"라면서 "이런 부분에서 정치적으로 (사건이) 휩쓸리다보니 이명박씨한테는 안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이명박씨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 굳이 말한다면 그도 이 사건의 피해자일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어른이 애한테 따귀맞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에리카 김이 너무 거짓말을 하니까. 정치적으로 휩쓸리는 게 이명박씨한테는 안타까운 거죠. 언론에서도 피해자들에 너무 무관심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흘러가는 것도 문제고…."

    송 대표는 "이 후보가 책임이 있다면 많은 피해자들과 전문가, 책임변호사들이 지난 5년 6개월 동안 이 후보에게 손해배상청구도 한 번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경준의 도피 후) 피해자들이 체포조까지 만들었지만 비용도 없었고 힘이 닿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김경준의 갑작스런 국내 송환 배경에 대해서도 송 대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어디선가 김경준에게 '이명박이 대통령되면 당신 큰 일 난다'고 하니까 이판사판 이렇게 하는 것이다. 100% 그렇게 본다"며 "진짜 나쁜 사람은 김경준인데,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김경준측이 재산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쇼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사건의 명칭부터 잘못됐습니다. 'BBK 김경준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사건'. 이렇게 불러야합니다. 이명박씨가 무슨 주가조작을 합니까. 뭐가 아쉬워서. 주식할 줄도 잘 모르는 양반인데….친구 둘이서 슈퍼마켓 경영하다가 한 사람이 나쁜 마음먹고 대출받아 도망갔다면, 그 사람이 나쁜 놈이지 당한 사람한테 사기쳤다고 하면 되나요. 선진기법을 많이 하는 이 친구(김경준)에게 당했을 겁니다"

    2002년 옵셔널벤처스 관리이사로 활동했던 송 대표는 "에리카 김은 김경준과 함께 BBK USA와 옵셔널 벤처스 본사를 세운 뒤 해외펀드를 통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식을 매수해 주가조작에 참여했고, 이보라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문서위변조와 주가조작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이사를 하면서 보니까 김경준이 주도하면서 너무나 많은 비리를 저질렀더라"고 증언했다.

    송 대표는 "2000년 연말부터 김경준이 해외로 도망가기까지 수백억원의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이보라는 자금세탁을 해 해외로 반출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옵셔널벤처스 USA 등 해외설립은 에리카 김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혐의로 지난 21일 에리카 김과 이보라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는 또 "소액주주 피해자 모임 자문변호사인 최모 변호사를 통해 김경준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곧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하루 빨리 에리카 김 등을 송환해 처벌하고 그들이 미국으로 빼돌린 돈을 환수해 5225명이 입은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물질적, 정신적 고통으로 시름하는 소액주주 피해자들이 어떻게 하면 피해액을 돌려 받을 수 있는지를 수사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