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이회창 전 총재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이씨의 무소속 대선 출마를 규탄하는 의원총회를 열고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시·도당까지 전부 나서서 ‘이회창 규탄’에 대선 운동의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장은 ‘이회창 성토장’이었다. “추잡한 욕심” “독선·배신·위선의 극치” “구태의 종합판” “권력 노욕” 등 이씨 대선 출마에 비난이 쏟아졌다. 당 지도부는 당내 ‘친이(親이명박)vs친박(親박근혜)’ 갈등을 염두에 둔 듯 이씨와의 전선을 뚜렷이 하며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강두 중앙위의장은 “당을 만든 분이 그 당을 깨는가 하면, 당을 두 번씩이나 실패의 늪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정권교체의 문 앞에서 재를 뿌리고 있다”며 “이씨는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고 국민의 의지를 막는 대죄를 저지른 것이다. 단순한 역사의 오점이 아닌 현대사에 먹물을 쏟아버린 치욕과 수치의 정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씨의 출마는 이명박 후보의 낙마를 기웃거리고 있다가, 감나무 밑에 입을 벌리고 누워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안되니까 감나무를 흔들어 홍시를 주워 먹겠다는 추잡한 욕심”이라며 “여름 내내 비지땀 흘리며 농사지을 때는 뒷전에서 부채질만 하다가 추수할 대 낫 한 자루 갖고 나와 내 곡식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자신을 두 번이나 대선후보로 뽑아준 당에 어떻게 그런 식으로 비수를 꽂을 수 있느냐”며 “자신이 그토록 (정계은퇴 번복을) 비난했던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헌신짝처럼 버렸던 노무현 대통령과 다른 점이 뭐냐”고 따졌다. “지금이라도 출마를 포기하고 정권교체 대의에 복귀하는 길만이 국민으로부터 유일하게 사면 받는 길”이라고도 했다.
권오을 의원은 “(이씨 출마) 기자회견을 TV로 보면서 분노가 끓어오름을 느꼈다”며 “이 전 총재가 남북문제를 이유로 한나라당을 비판했는데 그럼 지금 다시 수구냉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냐. 한마디로 독선과 배신, 위선의 극치였다. 이 전 총재 이름 석 자가 허명이었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씨로 인해 정계 입문한 원희룡 의원은 “존경받던 학교 도덕선생님이 동네 도박판에 앉아 있는 배신감을 느낀다”며 “대선 출마는 잘못된 것이다. 보통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아주 잘못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씨 출마는) 시대정신, 국민 열망, 자기 자신의 말에 반하는 ‘3반(三反)’이며 원칙‧명분‧의리‧미래가 없는 ‘4무(無)’다”며 “구태 종합판으로 정계 은퇴 번복, 국민의 선택 무시,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며 무임 승자, 해묵은 국가정체성과 대북정책을 핑계 삼으며 관념적 이념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구태 부활이자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구식 의원은 “이 전 총재 쪽에 많은 정보와 유력한 정보가 있다고 하는데 공작이다. 공작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며 “여론조사전문가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 전 총재가 5%를 한번도 넘은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 얹혀 있는 표는 여러 가지 성격의 표가 덧씌워져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집안단속’ 신경 쓰는 지도부 “이회창 지지 당원 빨리 철회하라”
당 지도부는 ‘집안 단속’에 신경 썼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와 의총에서 “한나라당 의원과 당원 일동은 앞으로 한 사람도 이회창씨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결의를 국민 앞에 밝히고자 한다”며 “지금 순간적인 판단 잘못으로 이씨를 지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당원이 있다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기에 빨리 잘못을 시정하고 지지를 철회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서 이씨를 지지하면 우파 세력이 분열되기 때문에 결국 국정을 파탄 시킨 좌파 세력을 도와주게 된다”며 “정동영을 도와줘서 당선시키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한나라당 당원은 절대로 이씨를 지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씨는 자신의 출마가 좌파정권을 연장시키고 나라를 망치는 길임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으로 돌아와서 이 후보 당선을 위해 헌신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에서 “한나라당의 간판으로 두 번에 걸쳐 우리의 후보로 내세웠던 이씨를 마음에서 지운다. 불복과 번복의 배신자 이씨의 기억을 깨끗이 털어 낸다”며 이씨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