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의 주목 속에 10월 15일 개최되었던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이하 ‘제17차 당대회’)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공산당 주석 겸 국가주석의 '과학 발전관'이 반영된 당 장정(章程, 당헌) 수정안을 채택하고 21일 폐막되었다. 이어 22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1차회의(이하 ‘17기 1중전회’)에서는 후(胡) 주석을 임기 5년의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대표하는 주석으로 재선출함으로써 후 주석의 집권 2기를 열었다. 17기 1중전회에서는 원쟈바오(溫家寶) 중국국무원 총리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재선출하여 일단 후 주석-원(溫) 총리 체제가 유지되게 되었다.

    17기 1중전회는 후 주석, 원 총리와 함께 쟝쩌민(江澤民) 전 중국공산당 주석 겸 국가주석 계열의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쟈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창춘(李長春)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5명을 상무위원으로 재선출하고 후 주석 계열의 리커챵(李克强) 랴오닝성 당서기와 쟝(江) 전 주석의 경제 발전관에 동조하는 시진핑(習近平) 상하이시 당서기, 허궈챵(賀國强) 중국공산당 조직부장, 조우융캉(周永康) 국무원 공안부장을 새로운 상무위원으로 선출했다.

    21일 채택된 당 장정 수정안과 22일 구성된 중국 지도부의 면면은 향후 중국의 국정 방향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이제까지 분배(分配)와 조화(調和)를 강조해온 후 주석과 성장(成長)과 발전(發展)을 중시해온 쟝 전 주석 사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갈등이 일단은 쟝 전 주석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당 장정에 후 주석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화해(和諧, 조화의 의미)’ 대신에 양자의 정책 중점이 절충된 ‘과학 발전관’이 반영된 점과 9명의 상무위원 중 6명이 쟝 전 주석 계열 인사들로 구성된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에 따라 후진타오의 ‘과학 발전관’(성장 위주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 갈등의 해소를 위한 균형 발전을 추구함)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론’(개혁·개방을 통한 시장경제 도입과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를 건설함) 및 쟝쩌민의 ‘3개 대표론’(중국공산당이 노동자와 농민, 지식인, 선진생산력을 대표함)과 함께 중국의 지도 이념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로써 중국의 국정 방향은 당분간 분배 대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그동안 성장 위주의 정책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후 주석은 지난 15일 제17차 당대회의 ‘정치보고’를 통해 “개혁·개방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할 절체절명의 선택이며 당의 최우선 과제는 발전”이라고 전제하고 “발전이야말로 소강사회(小康社會)의 전면적인 실현과 사회주의 현대화의 결정적 요소”라고 못 박았다. 또한 후 주석은 ‘과학 발전관’에 대해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 친화형 사회를 건설하며 속도, 구조, 품질, 효율을 골고루 고려하고 경제발전, 인구, 자원, 환경의 조화를 생각하는 것으로서 이런 성장 방식을 통해서만 인민이 양호한 생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고 영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중국은 202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 3,000∼5,000달러 수준의 소강사회를 건설하고 2049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현대화된 사회주의 국가를 실현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향한 이념과 대오를 갖추게 되었다. 실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제17차 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비상하려는 중국을 보면서 대선을 50여 일 앞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향후 급성장할 중국이 우리의 생존 환경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중국 경제의 체질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과학 발전관’에 입각한 중국의 경제정책은 당장 우리의 대중 투자와 무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분배와 정의를 외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정책보다는 더욱 시장지향적인 중국의 경제정책은 향후 우리나라가 중국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더욱 실감케 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권 신당의 정동영 대통령후보는 “20%만 잘살고 80%가 버려지는 사회를 원하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좌파정권이 추구해온 경제정책의 결과는 건국 이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국민들을 고통과 실의에 빠뜨리고 말았다. 10년 내내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결을 유도하면서 빈부 격차를 줄인다고 외쳐댔지만 가져다 준 것은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민경제의 파탄뿐이다.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중론이다. 발전과 성장을 주도했던 대기업과 자본가들은 죄인 취급을 받고 위축되어 있다. 이는 경제 의욕 상실과 투자 부진으로 나타나 서민경제를 위축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실이 이럴진대 여권 신당의 대통령 후보는 또다시 편가르기를 하고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는 지난 10년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과 우리가 걸어온 길은 명확히 대비되고 있다. 중국이 전진의 길을 걸어왔다면 우리는 후퇴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중국이 우파 자본주의 길을 걸어왔다면 우리는 죄파 사회주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중국이 우파적 역사관, 개방적 국제주의, 실용주의의 길을 걸어왔다면 우리는 좌파적 역사관, 폐쇄적 민족주의, 포퓰리즘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나라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두 나라가 이토록 상반된 길을 걸어온 결과는 무엇인가?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욱일승천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총체적 국정 실패 속에 국가의 위상이 왜소해져 가고 있는 중이다. 경제성장률(4.3%)은 1960년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평균성장률(4.9%)을 밑돌게 되었고 82%에 달하는 국민이 과거에 비해 더욱 살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대다수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개를 달게 된 중국을 보면서 좌파적 사고의 망령(亡靈)에 발목이 잡혀 있는 우리는 절체절명의 선택을 앞둔 시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다시 과거 10년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후퇴할 것인가?

    [김익겸 논설위원/동북아전문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