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3일 사설 <“대통령이 굴복” 소리 싫어서 개헌 몽니 부리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 윤승용 대변인은 12일 “각 정당이 내주 초까지 ‘차기 국회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당론으로 내놓지 않을 경우 개헌안 추진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당초 예정대로 17일 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을 의결하고 18일 발의 절차를 밟는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청와대 입장은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정무관계회의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다음 대통령 임기 중 개헌 완료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겠다고 했으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하냐”는 반응이다. 17대 의원들로 구성된 각 당 지도부가 18대 국회에서 할 일에 대해 당론으로 정해 본들 정치적 약속일 뿐 구속력이 있을 리도 없다.

    한나라, 열린우리, 민주, 민주노동, 국민중심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 6개 정파가 11일 ‘18대 국회에서 개헌 처리’를 제안하고, 청와대가 ‘각 정당이 당론으로 정해주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개헌 유보 입장을 밝힌 것이 바로 하루 전이다. 대다수 국민은 “모처럼 정치권이 대통령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지혜를 발휘했고 대통령도 이를 현명하게 수용하려나 보다”고 반겼다. 그런데 청와대는 정치권이 어렵사리 마련해준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겠다는 것이다.

    윤 대변인은 “언론들이 청와대 입장을 ‘어차피 안 될 개헌 FTA와 맞바꾸기’ ‘결국 거둬들인 정략 개헌’ ‘명예로운 퇴각’이라는 식으로 쓴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개헌이 안 될 것 같으니까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뜻인 모양이다.

    대통령이 끝내 개헌안을 발의하면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의결해야 한다. 범여권을 포함한 전체 정파가 개헌을 18대 국회로 넘기겠다는 마당에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렇게 결과가 빤한데도 대통령이 졌다는 소리 듣는 것이 화가 나서 두 달 더 국민을 스토킹하며 나라의 에너지를 낭비하겠다는 건가. 이것은 대통령이 국민이 자기 기분에 안 맞춰준다며 국민 전체를 상대로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