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겨냥한 범여권 내부의 물밑 움직임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던 한나라당 내 유력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 일정부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던 범여권 내부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현재의 대선구도 판세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4․25 재보선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의 행보가 범여권 내부의 대선주자 윤곽을 뚜렷이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간 정치참여 문제를 놓고 뜸을 들여왔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10일 일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정치인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책 이슈 등 이론 공부를 주로 했다면 이제 현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공식적인 정치참여에 앞서 사전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정치권에서는 정 전 총장이 이르면 5월초쯤 독자적으로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었던 점에 비춰 정 전 총장이 독자신당이냐 정치권이 주도하는 통합신당에의 참여냐 하는 문제를 놓고 최종 고민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춤거렸던 열린당 탈당그룹과 국민중심당, 민주당간의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도 급속히 활력을 띠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대통합론’ ‘강한 민주당’을 강조했던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다소 유연한 자세로 변화해 “열린당 탈당자들과 국중당을 대상으로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협의회’를 구성해 통합절차와 방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통합교섭단체 문제도 통합을 위한 가시적인 장치의 하나로 가동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그간 지지부진하던 대통합신당 추진 작업의 '고육책'으로 제기됐던 '통합교섭단체 구성을 통한 최종적인 대통합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하자는 수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신당모임도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범여권의 대통합신당 추진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친노(親盧)’ 진영도 차기 대선구도를 대비한 내부 정리를 본격화할 움직임이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혀왔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최근 지인들에게 ‘대선 불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 전 총리는 ‘연말까지 한반도 평화체제 조성에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알려져 대선을 겨냥한 친노 진영의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범여권 내부에서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 ‘영남후보’로 거론되는 김혁규 의원은 이달 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도 알려져 '역할분담설'을 뒷받침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의원의 출마는 ‘영남후보론’을 내세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아울러 범여권 안팎에서는 25일 치러지는 재보선과 이를 전후한 시점으로 예상되는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의 향후 결단에도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당 탈당 움직임이 다시 나타난 상황에서 이들의 탈당은 범여권 내부의 대선구도를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킬 동력이라는 것이다.

    대선일정을 감안할 때 시간적으로도 ‘결단’의 시기가 임박한 만큼 범여권 내부에서도 대선을 겨냥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인데 범여권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현재의 대선구도 고착화에 변화를 가져오는 첫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판단들이어서 귀추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