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9일 ‘3단계 평화통일론’과 미국과의 ‘신(新)안보선언’을 제시하며 통일·외교·안보 분야 선점에 주력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노무현 정권의 ‘대북포용정책’과는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도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 북한의 변화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유연한 대북정책을 제시했다.

    박 전 대표는 2·13합의 이후 당내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 남북정상회담 수용 가능 입장을 밝히는 등 대북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또한 현역 정치인 중 김정일을 만난 몇 안되는 인사라는 점도 박 전 대표의 대북 관련 이슈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 전 대표측은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만큼은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교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조연설과 질의응답 대부분의 시간을 ‘박근혜표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으며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대북정책을 원칙 있게 추진했더라면 북한이 핵개발까지 가지 않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나오는 등 변화 했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북정책 방향으로 가는 것이 북한으로도 유익한 길이다”고 주장했다. 


    ◆ ‘박근혜표 대북정책’ :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의 ‘3단계 평화통일론’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핵문제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의 군사적 대결구도를 해소해야 한다”며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의 3단계 평화통일론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무기 완전 제거와 군사적 대립구조 해소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실현하고 남북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건설해 ‘경제통일’을 이룬 뒤 정치·영토적 큰 통일을 실현하자는 것이 박 전 대표의 ‘3단계 평화통일론’ 구상이다. 박 전 대표는 “정치적 통일에 성급하게 매달린다면 혼란을 초래하고 통일 비용만 커진다”며 “경제통일로 한반도 민족공동체를 만들어 가면 정치통일의 날은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변화”라고 생각하는 박 전 대표는 “대북정책 목표도 북한이 개방·개혁에 나서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평화공존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북한의 변화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를 주장했다.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면 보상하고 합의를 깨면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노무현 정권 대북포용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도 “원칙 없는 지원”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의 인센티브를 없앤 현 정부의 원칙 없는 포용정책은 잘못됐고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원칙 없는 지원만으로 일관하는 정책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변화를 지연시키고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의 장막을 거두고 개혁개방으로 나온다면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남북과 동북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북한 재건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평화통일의 전제조건인 북핵 폐기를 위해 ▲북한의 모든 핵무기, 핵프로그램 완전 폐기 ▲북핵폐기와 한반도 비핵화 목표 년도 제시하며 당근과 채찍 사용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한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북한 핵무기를 기정사실화하거나 대선에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정상회담이라면 분명히 반대한다”고 북한의 대선 개입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북한이 한나라당 집권을 공공연하게 반대하고 껄끄럽게 생각해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큰일 나는 것 같이 선동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2002년 김정일과의 만남으로 맺어진 인연을 아직 유지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까지 무슨 콘택트가 계속되고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다.

    ◆ 신뢰를 기반으로 한 외교 : ‘신(新)안보선언’으로 한미동맹 강화

    박 전 대표는 또한 “한미동맹은 과거 못지않게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안정에 필수불가결하다”며 “견고한 한미동맹은 양국의 장기적 국익에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국과 ‘신(新)안보선언’을 통해 한미동맹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맹을 시대에 걸맞도록 본격적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자신했다.

    한반도의 통일과 안보를 위해 무엇보다 ‘외교의 역할’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는 “지도자간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자신의 외교력을 부각시켰다. 그는 “지도자들이 여기서 이 말을 하고 저기서는 다른 말을 해서는 잠시 이익을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숙제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이웃국가의 신뢰를 얻는 것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한 유럽연합(EU)을 예로 들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지역 국가간 다자안보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6자회담’을 ‘동북아안보협력체’로 발전시켜 “동북아에서도 언젠가는 세력균형에 기초한 불안한 평화가 아니라 오늘의 유렵과 같이 제도와 협력에 기반을 둔 공고한 평화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신념과 의지를 갖고 글로벌 시대에 신뢰받는 외교력을 가진 지도자만이 한국이 태평양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꿈을 실현할 수 있다”며 “올해 한나라당이 정권을 교체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제3의 도약을 이룰 수 있고 선진국을 향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대권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다.

    ◆ 도약의 기회 한미FTA : 모든 제도·규범의 글로벌스탠더드화

    그는 대선 이슈로 급부상한 한미FTA 실천을 위한 구상도 밝혔다. 한미FTA 체결을 “한국경제 발전 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첫걸음”이라고 높게 평가한 박 전 대표는 “한미FTA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다음 정부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며 “그 핵심은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제도와 규범을 국제스탠더드(국제표준)에 맞춰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규제를 풀고 감세를 하고 노사 관계를 안정시키는” 기업환경 개선과 “작지만 효율적인 미래형 정부”, “사람과 기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