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8일 '개헌시안발표 및 조건부 개헌유보 제안'을 '선전'하기 위해 청와대가 나섰다. 이날 저녁부터 9일까지 시사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은 청와대 비서관의 '개헌 선전'이 주를 이뤘다. 지난 1월 9일 개헌을 제안한 후 2달 만이다. 무관심한 여론에 '날 좀 보소' 호소하듯, 개헌 공론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개헌) 발의를 하면 또 다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소문상 정무기획 비서관이 제일 먼저 나섰다. 그는 8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대선과 총선) 동시선거에 대한 반대여론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개헌)발의가 되면 또 다른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선과 총선을 같이 치르면 '권력집중'이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같은 당에 의해 지배될 확률이 높다는 것. 이에 대해 소씨는 "일반적으로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 자리잡혀 있다"며 "대통령제를 택하는 나라는 일반적으로 여대야소를 꾸리고 있고, 여소야대는 정국이 불안하고 갈등이 조장된다는 건 일반적인 원리"라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미국은 여소야대인 경우가 훨씬 많다"고 지적하자, 소씨는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다당제가 아니라 양당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대통령과 개별의원 사이에 대화와 협상이 자유롭다. 당론투표가 아니라 개별의원들의 소신투표가 활성화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동의해도 소신 있게 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당론에 의해 규율되고 지배되기 떄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7대 총선에서 '여대야소' 정국을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과 관련, 소씨는 "법안을 많이 처리하려 했지만 절반이 겨우 넘은 최소여대였기 때문에 제대로 안됐다"는 억지논리를 펼쳤다. 그는 "당시 여대야소에선 진행되던 것들이 이후 여소야대로 변하면서 역전되고 좌초됐다"며 "(여대야소) 그 1년의 기간을 놓고 여대야소의 전반을 평가하기는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변명했다.

    소씨는 이어 "막상 (개헌) 발의가 나면 또 다른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면서 "개별 국회의원들이 역사 앞에서 책임지고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상황이 올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BS 오전 오후로 "책임정치 위해 개헌해야" "공론화 더 거쳐야 한다"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9일 아침과 오후 연속으로 청와대 관계 인사가 출연했다. 오후 프로그램인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엔 임상규 국무조정실장(헌법개정지원 추진단장)이 출연해 "임기 주기 일치 취지는 책임정치와 안정적 국정운영 보장"이라며 "'권력집중'은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기능이 활발하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전 프로그램인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엔 차성수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이 "공론화를 더 거치려고 (어제) 노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입장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소씨와 마찬가지로 '권력 집중'이라는 부작용 우려에 대해 "국민의 시민의식, 정치의식이 많이 향상됐다"는 논리를 펼쳤다. 임씨는 "임기주기를 일치시키는 취지가 대통령의 책임정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견제의 문제는 현재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 정치의식이 많이 향상되고 있고, 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기능도 상당히 활발하게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개헌을 올해는 발의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여론이 많이 나온다면 이런 여론도 수렴해 반영하느냐"고 매섭게 질문하자 임씨는 "여론이란 것은 변화할 수 있는 것이고 각 정당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힘없는' 대답을 내놨다.

    차씨는 오전 프로그램에서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9일 개헌발의를 제안하고, 두달 정도 공론화 과정을 지켜봤는데 공론화 과정이 미흡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공론화 과정을 더 거치기 위해 다시 '시안발표 및 조건부 개헌유보 제안'을 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민 여론은 두달을 지나면서 '왜 지금 해야하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자가 "현실적으로 국회 통과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통과여부는 둘째 치고라도 개헌논의를 계속 화두로 삼으려는 제안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차씨는 "개헌논의 자체가 정치권에서 좀 더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지난 4번의 단임대통령의 경험을 통해 불안정한 정치를 경험해왔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력집중 부작용보다 안정성·효율성이 더 시급해"

    이어 이날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엔 정태호 정무팀장이 출연했다. 정씨는 '선거주기 일치에 따른 권력집중화 문제'에 대해 "(이젠) 대통령이 여당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며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안정성과 효율성이다. 신속하게 정부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그런 정치 체제를 만들어내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유보 제안'과 관련, 정씨는 "성사를 위한 제안"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