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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통합신당 추진 상황은 통합신당모임의 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중도개혁통합신당모임이 7일 국회에서 연 토론회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성토와 ‘잘 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만 허공에 맴돈 자리였다. '싸가지없다' '할복이라도 해야' '덩달이 좌파 과격주의' '열린당 -70점'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민주당, 국민중심당, 열린당, 통합신당모임 등이 각각 통합신당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샅바싸움’을 하는 지금, 통합신당이란 배엔 '사공은 많고 노를 잡을 사람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신당모임은 이날 서울토론회를 시작으로 전국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용규 통합신당모임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꽃샘추위에 통합신당의 상황을 빗댔다. 최 원내대표는 "갑자기 혹독한 꽃샘추위가 닥쳤다"며 "우리들의 지난날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그는 "중도개혁세력을 자임하는 모든 정파 지지율을 합해도 보잘 것 없는 수치"라면서 "보수를 자임하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미증유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이어 "각자의 그릇으론 중도개혁세력의 염원을 담아낼 수 없다"며 "(각자의) 그릇을 깨고 새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열린당 ‘싸가지없음’ 반성해야”
"국민은 할복이라도 하라는 눈길"
김부겸 열린당 잔류파의 통합추진위원은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안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댔다"며 "예상대로 열린당이 오히려 (통합신당의) 앞날을 막고 있는 듯한 분위기여서 대단히 어렵다"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국민은 지난 4년간 너희가 나라꼴을 이렇게 만들었으면 몇 명 할복을 하더라도 해야지. 지금은 지켜보겠다는 눈길"이었다며 "처절한 반성과 자기 희생이 없다면 국민에게 감동을 주긴 어렵다. 이는 열린당과 참여정부의 4년 업보"라고 분석했다.
열린당의 실패를 "싸가지 없음"으로 규정한 김 의원은 "열린당에는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과 더불어 살지 않겠다는 교만과 독선, 즉 '싸가지 없음'이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열린당은) 조금만 불리하면 몸을 피했고, 책임전가에 바빴다"며 "책임진 것이 없는데 다시 권력을 달라는 것은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열린당이 추진 통합신당에 누가 들어가나, 통합 대상 있긴 하나”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열린당은 이미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에 의해 설 땅을 잃어버린 정당"이라면서 "10%대의 지지도를 갖고 과연 정당이 존속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의원 숫자는 100명 넘으니까 그걸로 위로 삼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꼬면서 "열린당은 장차 존속이 불가능할 것이다. 존재가치가 없어진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열린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 추진을 비판했다. 그는 "열린당에서 통합신당을 만들겠다고 추진기구 만들고 있는데 솔직히 그런 정당에 들어갈 사람이 누구냐"며 "통합할 대상은 과연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름 바꾸고,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고 국민이 (열린당을) 절대 지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을 겨냥, "노 대통령 스스로가 양극화 심각하다고 말한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인식을 했으면 해결방안을 내놔야지, 노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면 국민은 더 불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관심끌기’로 규정했다. 그는 “되지도 않을 상황을 개헌의 형태를 빌려 대선 앞두고 관심 모으기 하려는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유권자를 우롱해선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과거 모든 정권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개헌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열린당 가장 큰 실패원인 ‘덩달이 좌파 과격주의’”
"민주당 60점, 통합신당 40점, 열린당 -70점, 선도탈당파 -80점"
황태연 동국대 교수(중도국민대통합 전국청장년연대·중청련 지도위원)는 "열린당의 가장 큰 실패원인은 '덩달이 좌파 과격주의'"라며 "개혁을 조폭적 자세로 획일적으로 밀어부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합신당 건설전략은 중도 중심세력으로, 대선전략은 대통합주의로 가야한다"고 정리했다.
황 교수는 민주당과 통합신당, 그리고 선도탈당파와 집단탈당파에 점수를 매겨 눈길을 끌었다. 그는 '100점'을 대선후보 낼 수 있는 지점으로 설정하고 "민주당은 60점, 통합신당은 40점, 열린당은 -70점, 선도탈당파는 -80점"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노 대통령을 왼쪽에서 비판하며 탈당한 (선도탈당파)는 철새 이미지가 더해지고, 국민이 탈당에 의구심을 가져서 최하점"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인지해야”
이강래 통합신당모임 통합신당추진준비위원장은 통합신당을 '왜' '어떻게' 추진해야 하고, 이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발제했다. 이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보면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한나라당의 세 예비후보 지지율도 역대 선거사상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판 자체가 이 상태대로 가면 17대 대선은 판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조바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실정 반사이익만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훨씬 더 성실하고 열심히 한다. 더 실력있다는 사실도 목격했다"면서 "우리는 한나라당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을 만나보니, 그들 사이에선 이미 대선은 치룰 필요도 없고 이미 끝난 것으로 돼 있다"면서 "내년 총선도 지금같은 상황이면 한나라당과 대결하는 모든 선거구에서 전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통합신당을 '왜' 추진해야하는 것에는 "한나라당 쓰나미 현상을 막기 위해선 정치지형의 변화를 통한 선거구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 것엔 "'지역-이념-세대' 순서로 확대재생산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신당 가능성에 대해 이 의원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통합신당은 대세"라며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 그리고 열린당이 모두 통합신당을 결의하고 추진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주도권 다툼보다는 '역지사지' 자세로 접근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물영입보다 신당 추진이 더 중요해”
신국환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생각이 중도로 가니까 그 기회를 누리겠다는 기회주의적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면서 "중도라면 보수진보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구체적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새 인물 영입'에 혈안이 돼 있는 통합신당모임의 자세도 비판했다. 그는 "누구를 들여오면 된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려라"며 "신당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정책의 골자는 무엇인지를 내놓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대선이 급하긴 하지만 정책을 먼저 갖추고, 이런 조건의 사람을 데려와 국민경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엔 이들 외에 김만흠 카톨릭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고, 김성곤 열린당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