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창당주역 '천신정'의 한 사람인 신기남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이 공식화된 28일 노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신 의원은 당의장 시절 노 대통령에게 직접 입당원서를 건넨 사람으로서 참담하다는 심정과 당내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 주장이 자연스럽게 나온 상황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2004년 5월 20일 노 대통령 초청 당지도부 만찬 자리에서 입당원서를 건넸던 당시를 회고하며 "예전의 청와대였다면, 아무리 여당의 당의장이었다고 해도, 사전에 아무 얘기도 없이 대통령 옆에 가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불쑥 내미는 행위는 제지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돌이켜보면 결례였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노 대통령의 청와대는 달랐고, 노 대통령도 달랐다"면서 "만찬 후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과거 세 명의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당에서 임기 말 밀려나듯이 탈당했다"면서 "노 대통령만큼은 그런 일이 결코 없으리라 확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 스스로 만든 당도 아니었고, 노 대통령의 공과를 모두 떠안고 우리 스스로 책임질 것이니 들어오라고 권유"했기에 "임기 말이 되더라도 당에서 나가란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도 했다. 

    신 의원은 이어 "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서 당 일각으로부터 탈당 주장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그렇기 때문에 난 노 대통령의 탈당이 책임정치의 원리를 위반하는 중대한 잘못임을 잘 알면서도 노 대통령을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탈당이라는 현실은 받아들이겠다는 신 의원은 노 대통령의 '대통령 단임제 탓'을 답습하기도 했다. 그는 "임기 말 탈당이라는 잘못된 관행은 사실 단임제 대통령의 비애이기도 하다"면서 "따라서 이젠 노 대통령의 의지에 기댈 것이 아닌 연임제 개헌을 통해 바로잡아야겠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노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을 반대하는 대선주자들을 비판하며 노 대통령에게 개헌발의를 촉구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이 돼보겠다는 사람들이 나라를 잘 이끌겠다는 책임감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라면, 임기 말 대통령의 탈당사태의 폐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개혁하기 위해선 연임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 대통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개헌안을 발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혜석 대변인은 이날 확대간부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이 탈당했다고 해서 당이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은 무한책임과 무한AS(사후관리)의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정치적 도의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성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당은 여당의 지위를 놓았지만 국정에 대한 책임은 한없이 지겠다"면서 "노 대통령의 탈당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당원들은 침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