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25일로 꼭 4년이 된다. 앞으로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나' 남은 것인지 1년 '밖에' 안 남은 것인지는 오롯이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노 정부 4주년을 맞아 청와대는 국민을 향한 눈은 감고, 자신들을 향한 눈만 뜬 채 '자화자찬' 일색의 4주년을 기념하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노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것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 청년 실업문제, 일자리 창출 목표 실패 등은 언급하지 않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느라 허무함마저 느껴진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 취임 4년을 맞아 낯뜨거운 '자화자찬'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22일에는 국정홍보비서관 박미영씨가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브리핑에 '통계로 본 참여정부 4년, 각 분야 성적표 나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각종 통계자료를 토대로 참여정부의 공과 중, 특별히 '공'을 알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같은날 발표된 '국민일보-월드리서치'의 '참여정부 4년평가'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국정운영 잘못했다'('매우 잘못함' 19.5%, '대체로 잘못함' 58.6%)는 의견을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 이어 23일에는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에 국정홍보비서관 김종민씨가 출연해 "원칙과 정석대로 일했다.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일을 너무 빠르게 한 것"이라는 '희한한' 주장을 펼쳤다.


    국정운영 4분야로 나눠 꼼꼼하게 '자랑'

    박씨는 노 정부의 성적표를 ▲경제 ▲사회·복지 ▲정치·행정 ▲외교·안보 네 분야로 나눠 조목조목 '자랑'(?)했다. 그는 "지표로 보는 참여정부의 4년 성적표는 결코 나쁘지 않다"면서 "근거 없는 경제위기설까지 제기됐으나 실제 수출, 외환보유고, 주가지수 등 경제지표는 역대 어느 정부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또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경제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차츰 외환위기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특히 복지관련 투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점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비서관은 "(참여정부 4년은) 투명성지수, 정치자유도, 언론자유도 등 각종 국제평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분야에 대해 박씨는 "(한국은) 선진국 진입 문턱에 왔다"고 주장했다. 서민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과는 상반되는 주장이기에 그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GNI국민총소득)이 2007년에는 2만 달러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라면서 "환율 때문이라는 인색한 평가를 하기도 하나 원화가치의 상승 역시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증가 등 우리의 경제체질 강화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환율보다는 경제성장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그들만의' 논리를 전파시키는 데 급급했다. 

    박씨는 이어 ▲2006년 경제성장률 5% 달성. 4년간 평균 4.2%. OECD 가입국 중 최상위권 ▲대외수출량 연간 3000억 달러 돌파 ▲종합주가지수 최고치 경신 ▲외환보유고 2000억 달러 초과. 세계 5대 외환보유국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평가) 과학기술경쟁력 대폭 향상 ▲소비자물가 연평균 3%이내 안정세 유지 등을 노 정부 업적이라며 줄줄이 늘어놓았다.

    박씨는 사회·복지분야에 대해선 ▲복지지출비중 20%에서 28%로 확대됐지만 조세부담률은 크게 늘지 않았다 ▲보육예산 5배 증가, 올해 2조원 넘어 보육료 수혜 아동도 4배로 늘었다 ▲건강투자 확대해 공공의료비 비중이 문민정부의 2배다 ▲지니계수(소득분배불균형 지표) 소폭 감소했다. 소득분배도 개선됐다 ▲신용불량자 90만 명 감소했다 ▲1인당 지역내 총생산 지방이 수도권을 앞질렀다고 주장했다. 

    정치·행정분야와 관련, 그는 ▲한국 언론자유지수는 아시아 최고, 정치자유지수도 1등급이다 ▲국가투명성 상위 25%로 상승했다 ▲UN (선정) 전자정부준비지수 연속 5위, 국가정보화지수는 50개국 중 3위 ▲대국민서비스 공무원 증가해 행정서비스 향상을 꼽았다. 이어 외교·안보분야에 대해선 ▲자원외교에 집중 ▲해외자원개발 투자액 1조원 돌파 ▲남북교역 연간 10억 달러 넘었고, 인적왕래도 한해 10만 명 시대 ▲대통령 공식일정 3328회, 회의주재만 753회로 매우 꼼꼼히(?) 분석했다. 

    C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도 "원칙과 정석대로 일했다"

    청와대브리핑에 이어 23일에는 라디오방송에서도 참여정부 4주년을 자화자찬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김종민씨는 "참여정부가 이룬 성과 중 가장 큰 것은 원칙과 정석대로 일을 해, (원칙과 정석이)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라면서 "원칙과 정석이라는 게 당장은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김씨는 "아쉬운 점은 (노 대통령도 말한 적 있듯) 너무 많은 일을 너무 빠르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듣는 것"이라면서 "세계화 시대가 흘러가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 할 것은 해야 된다는 취지에서 여러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시기에 참여정부가 안고 가야 되는 일종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데 그런 점들이 결과나 일의 진행과정, 국정운영과정에서 보면 (과거 정부에 비해선) 시끄럽게 전달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 김씨는 "무엇보다 해야 될 일을 하는 과정들이 안정감 있게 전달되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청와대는 자화자찬, 국민은 자포자기"

    이런 청와대의 잇따른 '자화자찬'에 한나라당은 "청와대는 자화자찬, 국민은 자포자기"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24일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의 지난 4년은 국민에게 잃어버린 4년이었다"며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점철된 총체적 국정파탄의 연속이었고 민심은 끝없이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비서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과 관련, 한나라당은 "국가부채는 133조원에서 283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으며, 7%를 공언했던 경제성장률은 반 토막 언저리를 맴돌았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선무당 사람 잡는 격의 어설픈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민란 직전까지 갔었다"며 청와대의 자화자찬을 성토했다. 또 "노 대통령은 백년정당의 약속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사기극을 벌이고도 일말의 책임도 지지않는 후안무치한 정치인의 전형"이라면서 "정치적 분열과 이념 갈등으로 국민통합을 산산조각 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지난 4년간 국민은 노 대통령의 막말 공해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으며, 지도자를 잘못 뽑았다는 회한으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며 "청와대는 자화자찬으로 입에 거미줄 칠 날이 없지만 민생파탄으로 산 입에 거미줄 치게 생긴 국민은 그저 자포자기하고픈 심정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남은 1년이라도 민생에 전념해 조금이나마 국민의 시름을 달래주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티즌 "국민 체감지표는 과거보다 훨씬 못해" "통계라고 아무렇게나 쓰면 안돼"

    한편, 박씨의 청와대브리핑 글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와는 달리 청와대 사이트에서는 대부분의 글에 댓글이 '0'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아이디 'pkysyj'는 글을 읽은 소감을 차분히 풀어냈다. 그는 "참여정부 4년만에 나라빚이 150조원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를 어찌 감당할 지 심히 걱정된다"며 "참여정부는 초기부터 가진 자와의 싸움을 시작해 부의 평등, 강남 불패 꺾기, 과거사 청산 등 미래 건설적인 사업들 보단 과거의 악재 청산에 올인해 국가 경쟁력은 형편없이 떨어졌으며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지표는 과거보다 훨씬 못하게 느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 투명성, 전자정부, 공무원 증가, 해외 자원개발, 많은 회의 주재 이것들이 서민의 수입증대와 연결 됐나? 보다 살기 편해졌나?"고 반문한 뒤, "자고로 역대 태평성대는 백성이 배불리 먹고 살 때 온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은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고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성토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이 경제실험 대상이냐? 도대체 뭘 잘했다는 것이냐? 앞으로 나라빚 갚는 데 세금이 얼마나 더 늘어날 지 걱정이다"고 강조했다. 

    'mongolia'는 노 정부 들어 더욱 심각해진 양극화 정책을 비판하며 "특단의 양극화 정책을 실천하는 당이 100%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말했고, 'balance1202'는 "통계라고 아무렇게나 자기 유리한대로 해석하고 써 먹으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그 수치의 의미"라면서 박 비서관에 언급된 자료를 하나하나 언급하며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