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미국 정부가 쇠고기 검역 절차 등을 협의하자고 우리 정부에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다음달께 한.미 쇠고기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두 달 전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으나 정부는 쇠고기에서 뼛조각을 발견하고 수입 전량을 반송.폐기했다. 올해 초 양국이 '뼈를 발라낸 살코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는 양국의'합의대로' 한 것인 만큼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량을 조사해 성냥개비만한 뼈 한 개가 발견됐다고 전량을 반송한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이 검역 절차 등 기술적 문제를 협의하기를 원하는 만큼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미국은 뼈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검역 방식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할 모양이다. 일단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수입 기준에 모호한 문구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고치고,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는 게 맞다. 우선 정부는 뼛조각 하나라도 들어가면 정말 위험한 것인지, 국제관례상 전수조사가 무리한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국회의원들이 "일말의 협상도 있을 수 없다"고 감정적으로 맞서거나, 농림부처럼 "수입이 재개된 지 두 달도 안 돼 조건을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는 식의 대응으로는 일이 꼬일 뿐이다. 일부에서는 쇠고기 문제를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데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미국은 우리의 든든한 우방이자 FTA 등 현안이 걸려 있는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혹여 쇠고기 문제를 갖고 미국을 골탕먹인다는 인상을 줘서는 득이 될 게 없다. 상식적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조정되기를 바란다. 미국도 쇠고기 문제를 FTA와 연계하거나 검역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면서도 판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양국이 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