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 해왔던 진보진영의 인사들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나서 진보진영이 우리 사회의 '보수화'와 내년 '대선전망'을 고려한 '탈색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함세웅 신부, 김용태 민예총 회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등 이른바 '진보'진영 인사 20여명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핵실험을 정면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비핵화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동북아시아에 핵확산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북한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자위적 차원에서 핵실험을 했다고 하지만 핵무기 확산은 인류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큰 충격을 받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유엔은 제재보다는 북 미 대화를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 사이의 대화를 중재하고 각국에 권고하길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와 확산방지구상(PSI) 참여확대와 남북 민간교류 중단에는 반대했다.

    성명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손호철 서강대 교수, 최영도 변호사 등 171명이 동참했다.

    그러나 지난 9일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 이후 줄곧 침묵을 지켜왔던 이들이 뒤늦게 북핵실험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 살길 찾기에 나선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열세양상을 띄고 있는 상황에서 ‘얼굴바꾸기’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공동대표 겸 대변인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1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친북성을 호도하거나 일반 국민들의 반감을 무마하기 위한 일시적 이벤트에 그친다면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라며 “여론 압박에 대한 면피성∙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북한 핵실험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위반하고 북한이 불량국가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북한 핵포기를 위해 북한을 설득하는 등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후속 조치를 눈여겨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선진화국민회의 공동상임위원장 이석연 변호사는 “뒤늦게 나마 북핵 실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평가하고 싶다”면서 “과거부터 줄기차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던 진보세력이 지금까지 침묵을 하고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으로 일관하며 반미발언을 하다가, 국민의 여론에 떠밀리고 내년 대선에서 집권이 불가능할 듯 하니까 대선전략 일환으로 이런 식의 대응을 했다는 항간의 분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 김혜준 정책실장도 “때늦은 감은 있지만 북핵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북핵에 반대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종전의 입장과 변화된 게 아무것도 없으며 미흡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들 진보진영인사들이 북핵실험에 대해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며 ‘북핵 예찬론’을 펼치는 통일연대, 한총련 민노총 등 소위 민족해방(NL)계열, 주사파 등과 거리를 둠으로써 내부분열이 일어났다는 분석도 제고되고 있다. 지난 15일 민노당에서도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특별 결의문 채택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핵실험에 반대하는 문구를 넣자는 민중민주(PD)계열과 이를 반대하는 NL계열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결국은 결의문을 채택하지 못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