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북 핵실험 도발 대응책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 중단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 두 사업이 결국 김정일이 핵도발을 저지른 자금원이 돼왔으며, 나아가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는 데 더 사용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 두 사업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대북포용정책의 상징성을 띤다는 점에서 여야가 현격한 시각차를 낸 사인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양측대결의 대립점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북의 핵실험 도발이 터진 이후 보수단체들이 집회와 시위를 통해 '금강산, 개성사업 전면 중단'을 요구해 온데 이어 16일 한나라당은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금강산 관광 일시 중단을 지시하고, 개성공단 사업 역시 무조건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수단체들은 연이어 '북핵규탄' 집회를 열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일부 강경단체들은 북핵문제 책임을 물어 '노무현 정권 퇴진'까지 촉구하기도 한다. 지난 9일부터 시작한 서울시청 앞 광장 촛불집회는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는 21일에는 서울시청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가 열릴 예정이며, 행사를 준비한 단체들은 한나라당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생산성없는 대북사업이 김정일의 '돈줄'이 돼 더 이상 우리 국익에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연합 임헌조 사무처장은 "김정일의 멱살잡이식 정치에 지속적으로 놀림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두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사업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일정 부분이 김정일 호주머니에 들어간다"고 지적한 뒤 "현실적으로 이미 투자를 한 기업이 손해보지않고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처장은 또 사업 유지를 주장하는 여권에 대해 "애국심은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정면 비난했다. 임 처장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핵심 요체는 DJ의 말도 안되는 '미국책임론' 주장에 근거해 호남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정략"이라고 풀이했다. 전국연합은 20일 공동대표회의와 내주초 전국대표자회의를 통해 향후 활동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반역의 해방구' '핵개발 자금줄' 금강산 관광을 거부하자"며 "현대아산이 스스로 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현대그룹을 매국재벌로 규정해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 13일 '북한 핵실험 규탄과 노무현 정권 퇴진을 위한 집회'에서도 "노 정권은 북의 핵무장을 정책적, 행정적, 물질적으로 지원해 왔다"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시켜라"고 말했다.

    또 라이트코리아(공동대표 강승규 봉태홍)는 '금강산 관광 안가기 및 현대 불매' 범국민운동을 들고 나섰다. 이 단체는 "현대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4억5000만달러를 불법송금해 국부를 유출하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으로 김정일 핵개발 자금을 보태주었다"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은 그동안에 나온 소속 의원들의 개별적인 주장을 바탕으로 '금강산-개성 중단'을 당론으로 모았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포용보다 제재를 우선해야 한다"며 "각 자치단체장들에게 금강산 관광을 당분간 중단할 것을 촉구해야겠다"고 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적어도 북한에 남한의 현금이 유입되는 통로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무조건 일단 중지하는 것이 유엔 안보리 결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두 사업과 관련한) 정부 예산은 물론이고 지자체 관련 예산이 있다면 한 푼도 반영되지 않도록 한나라당으로서의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정부는 두 사업을 순수한 민간 차원의 상거래라고 우기지만 경협사업의 이북측 상대자들은 대부분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 외곽기구이거나 내각이 직접 관장하는 소위 외화벌이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강창희 최고위원은 "대북포용정책의 현금지원이 북핵 개발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영 의원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에 제공된 현금은 5억2089만달러, 투자규모는 2246억원으로 추산되며, 금강산 관광에는 현금 4억6092만달러, 3억455만달러 규모의 투자가 현재까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열린당은 대북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근태 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핵무기 개발과 직접 관련이 없다"면서 "평화적 목적의 교류협력 사업은 흔들림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이날 현대아산을 방문해 "금강산 관광사업도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약속을 하고, 20일에는 개성공단에 가 사업중단은 안된다는 뜻을 밝힐 방침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모든 현금거래와 관련된 남북관계를 중단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확대된 해석"이라며 "그동안 북한과 무역거래를 했던 모든 나라가 바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지원했다고 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