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2일 사설 <'손 안의 도서관' 시대를 연 삼성전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도전이 끝이 없다. 삼성전자는 40나노 32기가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99년 이후 반도체 집적도를 매년 두 배씩 늘리는 경이로운 기록 행진을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한 것이다. 엄지손톱 크기의 이 칩으로 만든 카드 10장만 있으면 국회도서관에 있는 220만 권의 장서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손바닥에 도서관을 옮겨놓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경제적 효과도 커 낸드 플래시 시장은 향후 10년간 250조원의 매출을 창출할 것이라고 한다. 이 기술은 컴퓨터는 물론 휴대전화.MP3 등 다른 분야의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인간 수준의 사고를 하는 100테라(기가의 1000배)의 반도체 개발이 꿈만은 아니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안팎으로 척박한 기업 풍토에서 삼성전자가 이런 쾌거를 이뤄내는 점이다. 대외적으로 중국.인도의 추격이 거세고, 환율.유가 등 가격변수도 불리하다. 대내적으로는 반기업정서가 널리 퍼져 있고, 정부 규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새 성장엔진의 발굴이 필요한 고비 때마다 낭보를 터뜨리는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수출로 먹고살 수밖에 없다. 중저가 제품은 중국.동남아에 밀린 지 오래여서 고급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 등 일부 분야 외에는 선진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하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다. 인텔 같은 굴지의 기업도 변신에 실패해 1만 명을 감원하는 처지에 놓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기업들이 '기술이 없으면 망한다'는 위기의식과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기를 바란다. 기업이 살아나야 일자리도 생길 게 아닌가. 정부도 '경제는 괜찮은데 민생이 문제'라는 궤변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투자를 막는 규제를 조속히 풀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