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중국 일본 3국 가운데 한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은 한국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인식하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또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반감을 표하고 중소기업 보호를 주장하면서도 자녀는 대기업에 근무하길 희망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

    29일 중앙일보가 한국(1000명) 중국(500명) 일본(1000명) 국민 총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 발표한 '기업인식'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지난 7월과 8월 두달에 걸쳐 한·중·일 세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자국의 '기업 및 경제활동 인식' 설문조사를 벌여왔다.

    한·중·일 3국민의 기업호감도 조사에서 '기업을 좋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한국은 59.8%에 그쳐 중국(77.4%), 일본(72.9%)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또 '대기업을 좋게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57.3%에 그쳐 중국(82.6%), 일본(65.5%)에 비해 크게 낮았다. 한국의 반기업 정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보다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에 대한 반감은 크면서도 '자녀에게 원하는 경제활동'에 대해 한국민 39.4%가 대기업에 근무하길 바란다고 답해 가장 높았다. 창업을 희망하는 응답자는 31.8%, 중소벤처기업 근무라고 답한 비율은 20.7%였다. 중소기업을 반드시 보호해야한다고 답한 비율은 한국이 84.6%로 중국(50.6%), 일본(28.2%)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이같은 반기업 정서와는 달리 글로벌기업에 대한 자부심은 일본과 유사한 수준을 보여 이것역시 이중적 태도를 내비쳤다. 대표기업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한국민의 77.6%가 삼성이 자랑스럽다고 답해, 일본민 79.2%가 도요타에 호감을 나타낸 것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3년전인 2003년 중앙일보의 같은 조사와 비교할 때, 대기업과 재벌호감도는 각각 57.3%와 58.3%로 과거 42.1%, 44.8% 보다 15%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이러한 결과에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국민이 체험학습을 한 결과"라며 "일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일자리는 정부나 정치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만든다는 것을 국민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앙일보의 이번 조사는 한중일 각국 수도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남녀(중국은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3개국의 표본은 지역별 인구비례로 무작위 추출했다. 한국은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서울시민에 전화조사를 실시했으며, 일본은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넷레이팅(NetRatings)이 도쿄도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중국역시 현지 여론조사기관 시노모니터 인터내셔날이 베이징 시민 500명에 길거리 면접소사를 했다고 밝혔다. 최대 허용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