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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당 차원의 ‘대호남사과’까지 하는 등 ‘호남 구애’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호남 터줏대감’ 민주당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당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을 두고 열린우리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던 민주당이 또 하나의 새로운 경쟁자를 만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0일 강 대표의 대호남 사과에 대해 “너무 형식적인 느낌이 든다”고 혹평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호남행보에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칭찬했으나 “진정성이 결여된 또 한편의 깜짝쇼로 끝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강 대표가 광주 기자간담회 석상에서 호남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를 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사과의 수준이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호남에 대해 ‘참회 수준’의 사과를 해서 이 문제를 역사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에 비해 너무 형식적인 느낌을 준다”고 평가절하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한나라당과 호남의 ‘악연’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초부터 30년 이상 지속돼 온 영남 중심의 군사정권(한나라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공화·민정·민자당 정권)이 호남을 경제적으로 소외시키고 인재등용을 차별하고 정치적으로 탄압했다”며 “호남사람들에게 물질적 피해와 정신적 상처를 줬던 엄연한 사실에 비춰볼 때 강 대표의 표현은 인색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과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호남 껴안기를 시도했다가 선거 뒤에는 호남의 핵심 사업예산에 삭감 지침을 내린 바도 있다”며 “2004년 정기국회 때 호남 예산을 삭감하고 영남 예산을 증액하라는 당의 지침이 발견돼 물의를 빚는 이중성을 보여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외와 차별, 탄압의 결과 이미 호남의 경제적인 낙후현상은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 이런 것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과 지역균형발전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오늘 사과와 함께 최소한 불균형 시정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도 있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임을 자부하듯 ▲호남고속철 조기착공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 ▲여수 해양엑스포 유치 ▲J프로젝트 ▲새만금 개발 사업 등 호남 지역 현안 사업들을 열거하며 한나라당의 지원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강 대표의 포괄적인 사과가 대선을 의식한 정략적 립서비스에 그치지 말고 낙후된 호남의 구체적인 발전대책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지역간의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시정되면 지역감정 골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국민통합이 앞당겨 질 것”이라고 점잖게 ‘충고’했다.
김재두 부대변인도 “한나라당이 호남 지역 현안들을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정책협의회를 갖는 것은 진심으로 환영할 만 한 일”이라면서도 “한나라당의 호남민심잡기가 진정성이 결여된 한 편의 깜짝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의 ‘DJ 치매 발언’, 탈당한 이효선 광명시장의 호남 비하 발언들을 거론한 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공든 탑을 쌓듯 호남에 다가선다면 언젠가 호남민심도 마음을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