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뉴라이트 운동이 섣불리 정치 참여를 할 단계가 아니다”

    새로운 우파를 일컫는 뉴라이트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 만 2년이 채 안됐다. 일각에서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로 나뉘는 사상의 이분법에 대한 대안으로 뉴라이트를 꼽기도 하지만 아직 뉴라이트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과연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혁신우파를 표방한 뉴라이트가 대한민국 선진화 주체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 기존의 보수세력과 구좌파 사이에서 갈등하던 지식인들이 ‘뉴라이트 운동’에 뛰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8일 아직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인 뉴라이트를 표방하며 이 운동의 선봉에 서있는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로부터 그간의 뉴라이트 운동에 관한 소회와 미래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80년대 사회주의 세례를 받았다가 전향한 이른바 ‘전향 386그룹’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신 대표는 “뉴라이트가 정치참여 이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에게 미래대안세력으로서 적절한지 여부를 검증 받아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사회운동을 하면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이전에 뉴라이트가 국민들에게 언제쯤 신뢰받는 미래대안 세력으로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자기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검증 없는 정치참여는 배지 달기 위한 정치적 구직운동”

    신 대표는 뉴라이트가 자기검증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뉴라이트 만의 독특한 가치, 비전, 정책, 신뢰받을 수 있는 도덕적 요소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이런 것에 대한 국민들의 검증과정 없이 섣부르게 정치권에 뛰어든다면 그야말로 뉴라이트 운동은 배지 달기 위한 정치적 구직운동으로 폄하될 수 있다. 뉴라이트가 신뢰받는 정책세력이 되면 자연스럽게 지속적 사회운동과 정치참여운동으로 분화가 이뤄질 수 있는데 확고한 정치세력화를 위해 통과해야 할 단계인 정책세력화 문제를 생략하고 정치참여부터 이야기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치참여 계획에 대해 “뉴라이트가 정치판에 뛰어든다면 정치권과 거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스스로 깍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현실 정치에 진입하여, 기성 정치인들과 같이 흙탕물에 뛰어들고 뒹굴어도 뭔가 차별화 될 수 있는, 살아남을 수 있을만한 뉴라이트만의 고유한 정책과 가치 등이 정립되기 전에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은 섣부른 정치실험에 나설 단계가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자유주의연대가 추구하는 뉴라이트 운동을 “아직 미숙하고 부족해 채워야 할 점이 많다”고 평가하면서도 “자유주의연대가 만 2년이 안됐는데 기대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성장통이라는 것도 있지 않느냐, 이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다 보면 그 성장만큼 모자라는 부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뉴라이트와 정책적인 노선을 상당 부분 같이하는 한나라당에 아직도 '수구보수'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데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나라당은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보이려고 애쓰고 있고 실제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당내 분위기에 대해 ‘나사가 풀어지고 긴장감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아직 환골탈태가 충분치 않다”

    -우파가 2007년 대권에서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대선이 1년 반이나 남은 시점에서 솔직히 예측을 한다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가능성이야 충분히 있고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선거에 임박하면 후보간 합종연횡 등 전략∙전술적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과연 정권교체가 우파의 권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기존 우파의 운동만 가지고는 좀 약하다고 본다”

    -당내 빅3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이 자리에서 밝히기는 곤란하다”

    -지난 5월 고건 전 국무총리에게 한나라당 대권주자 당내 경선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는데.

    “2007년 대선의 성격은 우선 '태극기냐 한반도기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태극기가 돼야 하고 그 다음으로 '민주화냐 선진화냐' 하는 시대규정의 문제에서는 선진화가 돼야 하는 등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한다. 태극기와 선진화를 결합시킨 정체성의 바탕 위에 만들어진 '구국과 선진화 연합전선'에는 한나라당도, 고 전 총리도 들어올 수가 있다는 얘기였다.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에 입당해 당 경선에 참여하라는 것이 아니라 고 전 총리가 그런 연합전선에서 한나라당 다른 후보들하고 대권경쟁을 하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경선에 출마를 선언하거나 연합전선에서 한나라당 내 다른 후보들과 대권출마를 경쟁한다면 지지 의사가 있다는 말인가?

    “전혀 없다. 지지한다 안한다의 문제가 아니다. 뉴라이트 운동을 하는 내가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선장론’으로 정계개편 논의가 곧 벌어질 것 같다. 그 방식을 놓고 이해관계에 따라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여권 영입대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고건 전 총리 등 소위 ‘선장급 인물’들과 그 밖의 사람 중 한나라당 빅3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파괴력 있는 여당후보가 누가 있을까?

    “지지율 면에서 봤을 때 고 전 총리가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나머지 사람은 그냥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 아닌가. 후보가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는가는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누가 선출이 되고 거기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어떤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는가”

    -얼마 전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와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집행위원장 간에 ‘반공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번 논쟁에서 홍 위원장은 사상적 자유주의를 주장했고 이 교수는 반공주의를 주장했다. 이 교수의 비판은 자유와 반공의 가치에 대한 기초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가 잘못된 데에서 기인했다. 반공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자유보다 상위에 놓일 수 없다. 이씨의 논리는 반공 자체가 목적이 되는, 즉 반공이 최고가치이자 목표가 된다는 말이다. 물론 반공논쟁은 자유주의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다. 자유주의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사상의 자유까지 포함한다. 사상의 자유를 주장한 홍 위원장을 이 교수는 ‘좌파 아니냐’고 비판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대한민국 헌법도 좌파다. 올드라이트나 올드레프트 양쪽이 세상을 '적 아니면 동지'로 나누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우파의 수준이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국연합, 조순형 지지는 우물가서 숭늉찾은 격"

    -자유주의연대와 뉴라이트전국연합이 각각 추구하는 뉴라이트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전국연합은 뉴라이트에 대한 이해가 우리와 다른 것 같다. 자유주의 사상에 철두철미하지 못하고 그 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최열씨를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을 때 전국연합측이 문제를 삼았는데, 분명 그 인선은 잘못됐으나 그걸 가지고 오 시장에게 ‘당신도 빨갱이 아니냐’고 몰고 간 것은 올드라이트, 반공주의자의 방식이지 자유주의자들의 방식은 아니다. 전국연합은 간판은 '뉴(new)'를 내걸고 있는데 간혹 행동은 '올드'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뉴라이트의 3대 사상 중 두번째가 세계주의인데 전국연합은 이것에 대립되는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민족주의가 뉴라이트의 이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뉴라이트가 정말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정치참여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우리와 직접 관련있는 문제는 아니다. 전국연합이 뉴라이트를 표방하고 있으나 과연 뉴라이트 정체성에 충실한가, 그것에 대한 확실치 않은 측면이 있다. 확고한 국민적 지지와 자기의 뚜렷한 주관을 바탕으로 정치에 나가야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 소박하고 순진한 생각만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문제다. 뉴라이트 운동의 부족한 점을 더 채우고 강화해 뉴라이트만의 가치를 특성화한 뒤 정치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지난 번 재보궐 선거에서 전국연합이 민주당 조순형 후보를 지지한 것은 뉴라이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의 결핍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전국연합이 민주당 조순형 후보를 지지한 것을 어떻게 보나.
     
    "범우파연합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조후보 지지의 명분이었는데, 이는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행위였다. 실제 조순형씨가 당선된 후에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라. 우파라든가 뉴라이트는 아예 말도 꺼내지 않고 중도실용주의를 기치로 한 세력규합을 외치고 있다. 요컨대 조순형씨의 당선은 범우파연합 형성에 기여한 게 아니라 반 한나라당 연합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주요 약력]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일본 게이오대학 정치학 박사
    인천-울산에서 노동운동
    일본 21세기정책연구소 연구원
    조지워싱턴대학 시거센터 초빙학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KDI 초빙연구위원 역임
    (현)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자유주의연대 대표